눈앞에 흰 모래사장과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는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바람에 일렁이는 야자수들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는 올여름 휴가계획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비록 가상현실(VR)이지만 이동통신 3사는 앞다퉈 바캉스 기분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집콕 피서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KT는 16일 본격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개인형 VR 서비스인 ‘슈퍼 VR’에서 신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해외 여행을 떠나지 못해 아쉬워하는 이들을 위한 힐링 콘텐츠 ‘캄앤이머스(Calm&Immerse)’도 서비스된다. 이탈리아, 몰디브, 괌 등의 유명 여행지를 배경으로 제작돼 여행 기분을 느끼거나 명상을 할 수도 있다.
국내 VR 업체 서틴스플로어가 제작한 이 콘텐츠에는 자체 사운드 기술인 ‘ISS(Immersive Sound System)’가 적용됐다. 몰입도 높은 VR 환경에서 더 실감 나는 사운드를 통해 심신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를 효과를 누릴 수 있다.
KT는 VR 전용 HMD(Head Mounted Display) 단말기기 없이도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버전의 콘텐츠 라인업도 대폭 늘렸다. 기존 슈퍼 VR에서 제공해 온 40여종의 VR 게임 콘텐츠 중 꾸준한 인기를 받은 스포츠 게임 양궁·볼링·사커·야구킹즈 등 4종을 모바일 버전으로 새롭게 출시했다.
SK텔레콤도 ‘점프 VR’ 앱을 통해 국내외 주요 명소를 360도 VR 영상으로 감상하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하루 만에 보는 세계 여행’ 이라는 콘셉트로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영상을 시리즈로 제공하고 있다.
국내 여행지는 서울 경복궁, 제주도 비자림, 부산 해운대 등 전통적인 관광 명소들로 구성됐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포인트에서는 ‘마음산책’ 이라는 명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자연을 담은 영상과 나레이션이 이용자의 힐링을 돕는다.
SK텔레콤은 코로나19로 입장이 제한된 덕수궁 내부 전각들을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최근에 내놓기도 했다. 해설자가 “이곳은 영친왕이 쓰시던 침실입니다”라며 손짓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도심 호텔에서 여유를 즐기는 ‘호캉스족’을 노린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을 방문하는 이용객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VR 서비스를 제공한다. 투숙객은 VR기기를 받아 객실에서 편하게 게임과 여행, 아이돌·공연 등 1300여개의 실감 VR영상을 즐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언택트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주춤했던 VR 콘텐츠가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추세”라며 “기술력과 플랫폼을 가진 이통사들이 실감 나는 VR 서비스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VR과 증강현실(AR)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하드웨어 수익이 오는 2025년 2800억 달러(약 335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