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40)씨는 최근 월급 일부를 털어 은화(銀貨)를 사 모으고 있다. 이씨가 모으고 있는 은화는 캐나다나 미국과 같은 산금(産金)국가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이른바 ‘불리언 주화’다. 은화 하나 당 가격은 한화로 약 3만원 수준. 구입 시 부가가치세를 내는 데다 보관도 유의해야 하지만, 그가 은화를 사들이는 이유는 바로 ‘화폐 가치 저장’의 수단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씨는 “코로나19로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돈의 가치는 내려가는 반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너무 비싸다”며 “일정 자금을 ‘안전 자산’으로 분산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16일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는 가운데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은 투자가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투자 수요가 몰리며 국제 금값이 최근 온스당 1800 달러 이상 치솟은 가운데, 국내 금값도 1g당 7만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재테크 수단은 금(23.29%)이었다.
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은값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은 선물 가격은 온스당 19달러를 돌파하며 2016년 9월 이후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세가 덜 올랐다는 평가 속에서 올 4월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세계 경제가 본격 재개되면 전자기기 등 산업 생산에 쓰이는 은 가격은 더 오를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간편하게 금과 은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활성화된 점도 가격 상승에 우호적 환경으로 거론된다. 실물 보유보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ETF를 통해 금·은 투자에 나서면서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금시장의 올 상반기 누적 거래대금도 7103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거래대금(5919억원)을 뛰어넘었다.
초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안전 자산의 가치는 한동안 우상향할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주도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유효한 가운데 향후 1년 내 금과 은 가격이 온스당 각각 2000달러와 21달러(장기 28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