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다만 판결에 참여한 12명의 대법관 중 5명은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이로써 당선 무효 위기에 놓였던 이 지사는 경기도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 등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는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 지사의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의혹 제기에 대한 답변·해명에 해당하며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널리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행위가 아니다”라고 봤다.
또 “이 지사가 형의 강제입원 절차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지사의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직권남용 혐의에 모두 무죄 선고를 내렸지만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1심은 무죄를, 2심은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이날 판결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는데, 판결을 두고 7(파기환송·김명수 권순일 김재형 박정화 민유숙 노정희 김상환)대 5(유죄·박상옥 이기택 안철상 이동원 노태악)로 의견이 나뉘었다. 과거 이 지사 사건을 변호한 김선수 대법관은 판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무죄’ 판결에 반대의견을 낸 5명의 대법관들은 “피고인은 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에 관여하였음에도 이를 적극 부인함으로써 허위사실을 공포하였다고 판단되므로 다수의견의 논고와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집필 대법관인 박상옥 대법관은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허위사실 유포와 사실 왜곡은 국민 주권과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핵심 수단인 선거에서 선거의 공정을 침해하여 선거 제도의 본래적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밝혔다.
이어 “후보자 토론회 중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면죄부를 준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후보자 토론회의 의의와 기능을 소멸시켜 토론회가 효율적이고 선진적인 선거운동으로 기능할 수 없게 만들고 오히려 토론회에서 적극적·구체적 발언을 한 후보자만이 법적 책임을 질 위험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박 대법관은 “피고인은 자신의 지휘와 감독을 받고 있는 분당구 보건소장 등에게 형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을 강제하고 독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상대 후보자의 질문에 대해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만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지시 독촉 사실을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여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인이 형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발언은 단순한 묵비가 아니라 구체적 사실을 들어 해명한 것으로 전체적 취지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나아가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