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관련 허위 성분 표시 및 상장 사기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웅열(64) 전 코오롱그룹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지난해 6월 코오롱생명과학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1년2개월 여 만이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인보사 개발 총책임자로서 주성분이 바뀐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이를 은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봤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창수)는 16일 이 전 회장을 약사법 위반과 사기,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배임증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회장으로부터 코오롱티슈진 스톡옵션을 제공 받고 재산상 이득을 취했음에도 이를 보고하지 않은 정형외과 전문의 등 2명은 배임수재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부정처사후수뢰 혐의를 받는 전 식약처 공무원 1명과 차명주식 관리자 등 공범 3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보사 2액 성분을 ‘연골세포’로 허가받았으면서도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허가 내용과 다른 ‘신장 유래세포(GP2-293)’ 성분으로 제조·판매해 160억원을 편취한 혐의(약사법 위반, 사기)를 받는다. 2019년 2~3월까지 마찬가지로 식약처 승인을 받지 않은 ‘신장 유래세포’를 주성분으로 하는 인보사 임상 시험을 진행한 혐의(약사법 위반)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므로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의 신뢰성과 절차적 적법성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코오롱티슈진 주식 상장 과정에서 사기적 부정거래를 저질렀다고 봤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전 회장은 2016년 6월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FDA로부터 임상 중단 명령을 받은 사실을 숨기고 비상장주식 가치를 산정해 국책은행으로부터 1000만 달러(한화 약 120억원) 상당의 지분 투자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또 이 전 회장이 임상 중단과 인보사 2액의 성분, 차명주식 보유 사실 등을 허위 설명하고 코스닥 상장 시 거짓 기재한 뒤 2017년 11월 코오롱티슈진을 코스닥에 상장해 약 2000억원을 유치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 결과 애초 고발 사건에 포함되지 않은 이 전 회장의 배임증재 혐의도 새롭게 드러났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4월 인보사 임상책임의사 2명에게 임상 관련 도움을 받기 위해 0달러의 코오롱티슈진 스톡옵션 1만주를 지급한 뒤, 2017년 4월 무상교부한 혐의(배임증재, 특경가법상 배임)를 받는다. 이들은 주식을 매도해 40억원의 이익을 취득했다. 검찰 관계자는 “임상시험이 경제적인 이익과 결부되면서 임상시험의 신뢰성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 전 회장이 2015년 1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차명주식을 매도한 자금으로 77억원 상당의 미술품 등을 구입하고 양도소득세를 피하려 했다고도 봤다.
검찰은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들이 2012년 7월부터 식약처 의약품 심사부서 공무원에게 자문 대가로 17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하고, 퇴직 이후인 2016년 5월부터 2200만원 상당의 자문계약을 맺었다고 보고 전 식약처 연구관에게 부정처사후수뢰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미국에 머무르면서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코오롱티슈진 관계자 3명에 대해 국제수사공조를 통해 신병확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보사 2액 성분이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로 밝혀지면서 식약처는 지난해 5월 인보사 품목 허가를 취소하고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