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과 충북, 광주·전남이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 혁신 사업’에 선정됐다. 지역의 대학들이 정부·지자체 지원을 받아 협업 구조를 만들어 지역 산업의 인력 수요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을 지역에 머무르도록 해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공동화에 대응한다는 개념의 사업이다. 정부는 이 사업에 국고 1080억원을 투입한다.
교육부는 비수도권 14개 시·도가 단일형 또는 연합 형태로 10개 플랫폼을 구성해 지원했으며 최종적으로 경남과 충북 광주·전남을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단일형에는 국고 298억원과 지방비 128억원, 연합형에는 국고 478억원과 지방비 205억원이 지원된다.
대학들 사이의 공고한 장벽을 허무는 시도여서 주목된다. 경남의 경우 경상대가 사업 총괄을 맡고 창원대와 경남대 등 17개 대학이 협업하고, 경남교육청과 LG전자 등 도내 기업, 한국전기연구원·재료연구소 등 49개 기관이 뒷받침하는 구조다. 경남 지역은 제조엔지니어링 등을 핵심 사업으로 정했다.
충북은 충북대가 총괄을 맡고 한국교통대 등 15개 대학이 협력한다. 충북교육청과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등 44개 기관이 참여해 제약바이오, 정밀의료·기기, 화장품·천연물 산업을 핵심 분야로 양성한다. 광주·전남은 전남대가 총괄을 맡고 목포대 등 15개 대학이 협업하고, 광주·전남교육청과 한국전력공사 등 32개 기관이 참여한다. 에너지신산업과 미래형운송기기 등을 집중육성 분야로 정했다.
새 형태의 대학 구조조정으로 규정할 수 있다.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강제로 대학 정원을 줄이거나(대학구조개혁 사업), 변화하는 산업 수요에 적합한 학과를 개편(프라임 사업 등)하는 방식은 대학 사회의 저항을 불러왔다. 교육부가 대학을 서열화하고 재정 지원을 미끼로 학내 분규를 조장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대학 사이즈를 줄여 결과적으로 대학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교육부 내부 비판도 없지 않았다. 이번에는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온 지역을 선정해 재정지원을 하는 ‘지방대 혁신 콘테스트’ 방식을 택한 것이다.
선정 지역 대학들은 공동 교육과정을 추진한다. 대학마다 비슷한 전공을 묶고, 지역에서 주력하는 분야와 관련 있는 학과들이 연합해 인재를 양성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구축되고 있는 원격 수업 인프라가 활용된다. 이공계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계열 학과들도 참여 가능하다. 교육부는 이 과정에서 학과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법’을 개정해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 요건, 이동수업 기준, 계약학과 운영 기준 같은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공동화를 최대 우군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참여정부 시절 ‘누리사업’이란 이름으로 비슷한 사업을 추진한 적 있지만 ‘예산 나눠먹기’에 그쳤다. 당시 대학들은 학생 수 부족에 시달리지 않았으며 지자체들도 대학에 관심이 높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고교 졸업자가 대학 입학 정원을 밑도는 상황이 발생했다.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 망한다’(학생 수 감소는 지방대부터 타격을 준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지자체장들도 대학이 문 닫을 경우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쳐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