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희, 안희정 때도 ‘가정 파탄냈다’ 피해자 2차가해”

입력 2020-07-16 13:46
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지희 아나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박지희 SNS 캡처,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 여성을 향해 “4년 동안 뭘 하다가 이제 와서 나섰느냐”는 취지의 ‘2차 가해’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서울시 산하 TBS(교통방송) 박지희(32) 아나운서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사건을 놓고도 피해자 비하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아나운서는 지난해 9월 공개된 ‘청정구역 팟캐스트 160회 2부-이재명 안희정 판결’에서 안 전 지사 사건의 피해자인 김지은씨를 겨냥해 “한 가정을 파탄냈다”고 말했다. 또 “(김지은씨가 아니라) 안희정 아내한테는 정말 공감할 수 있다” “(내가 피해자라면 합의금으로) 용산에 집 한 채 정도 (요구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당시 팟캐스트에는 YTN 라디오 ‘뉴스 정면승부’ 진행자 이동형씨도 출연했다. 이씨는 김지은씨를 ‘강간당한 사람’으로 지칭하며 “강간당한 사람이 ‘나 안희정 좋아한다’ ‘안희정 수행하는 거 자랑스럽다’ 그런 말을 왜 하느냐. (김씨 말이 맞다면) 본인을 성폭행한 사람과 와인바에 가서 와인을 마실 수 있느냐”라고 했다.

이에 박 아나운서는 “(김씨는) 그런 것을 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이런 식으로 얘기해 버렸다”며 “(김씨가) 성폭행을 당했다면 안희정과 (수행비서를 하다가 정무비서가 되면서) 떨어졌으면 좋아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지가 슬프다면서. (슬픈 것도) 위력에 의한 건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지은씨가 어떻게 보면 한 가정을 파탄을 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씨가 “제일 불쌍한 사람은 안희정 와이프랑 애들”이라고 하자 박 아나운서는 “김씨가 ‘보통의 김지은들이 만들어낸 승리. 성폭력 피해자의 용기에 함께 하겠다’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이건 굉장히 화가 난다”고 얘기했다. 김씨를 성폭행 피해자가 아닌 상간녀 정도로 치부한 것이다.

박 아나운서는 성범죄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을 비꼬기도 했다. 박 아나운서는 “저도 미래에 (직장 등에서) 잘리면 이동형씨를 고소하려고 한다. (무고해도 진술만) 일관되게 하면 된다. (합의금은) 용산에 집 한 채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다른 출연자가 “너 그렇게 행동할 거면 미리 얘기해 달라. 어차피 감방 가는 거 진짜 한 번 사고 치게”라고 응수하자 박 아나운서는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성폭행 피해자를 조롱하는 발언도 했다. “사귈 때는 어떻게 해야 되나. 뭐 각서를 받아야 되나”라는 한 출연자의 말에 박 아나운서가 “‘나 이거 해도 되지?’ ‘나 이렇게 해도 되지?’ 등을 계속 녹음하라”고 답하자 출연진은 다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박 아나운서는 2012년 아나운서 아카데미 추천으로 ‘문재인TV’ 아나운서로 합격해 본격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경제TV, MBC, SBS 등에서 리포터로도 활동하며 본명 ‘박누리’에서 현재 ‘박지희’로 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