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유충 피해’ 주민 “10일부터 이물질, 벌레인줄 상상못해”

입력 2020-07-16 10:43 수정 2020-07-16 16:10
연합뉴스

인천 서구 이외에 강화군 지역에서도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된 가운데 피해 주민들은 샤워를 최소화하고 생수로 헹구는 등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천시의 부실한 수돗물 관리 시스템을 지적하며 “이번 일은 충분히 인재 사고”라고 분석했다.

15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는 유충 수돗물 사태의 피해 주민 A씨가 출연했다. 그는 지난 10일부터 주방 필터 안에서 유충 사체를 발견했다고 했다.

A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육안으로 보기에는 큰 이물질이라고 생각했다. 유충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다”며 “그냥 큰 이물질이라고 넘겼는데 나중에 뉴스를 보고 나서야 유충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피해 주민들은 수돗물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A씨는 “식수로는 당연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샤워나 설거지 정도는 할 수 있다. 샤워를 최소화하고 마지막으로 생수로 헹군다”고 했다. 이어 “상수도 담당자는 유충이 고여있는 쪽을 막고 다른 수로로 물을 내보낼 것이라고 했다”며 “정확한 기한은 얘기를 해주지 않아서 사실 조금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빨리 복구가 되는 게 필요하다”며 “작년에는 2개월 정도 적수를 경험한 적이 있다. 당시 제가 받은 생수가 2L짜리 10개였다. 지원이 굉장히 열악했는데 기본적으로 연세가 있는 분이나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지원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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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라디오에 출연한 이상현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지금의 유충 사태는 적수 사태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아직 원인 파악이 안되고 단지 추정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발견된 유충은 깔따구류로, 작은 구더기 모양이다. 암에 걸린다거나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알레르기 질환도 일으킬 수 있다.

그는 인천시의 부실한 수돗물 관리 시스템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충분히 인재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두 가지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하나는 활성탄 여과제에서 발생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도꼭지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활성탄 여과제든 수도꼭지든 둘 다 관리를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 위원자은 “활성탄을 사용하는 것은 고도정수처리 방식”이라며 “고도정수처리는 활성탄과 오존 처리를 한다. 그런데 오존 처리만 잘해도 사실 활성탄 때문에 생긴 미생물로 유충이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오존 처리를 잘못 했기 때문에 이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루 빨리 원인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인천시는 이날 공촌정수장과 연결된 배수지 8곳을 모니터링한 결과 배수지 2곳에서 유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인천시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101건의 수돗물 유충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전날 낮 12시 23건과 비교하면 5배 정도 늘어났다. 인천시는 안전을 위해 3만6000세대에 수돗물을 직접 마시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해당 지역 어린이집·유치원·학교 급식에서도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생수를 사용해 급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