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위·식도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먹은 음식이 위에서 식도로 넘어와 가슴이 타는 듯한 쓰림과 통증을 일으키는 ‘위·식도 역류질환’이 크게 늘고 있다. 야식과 홈술족(집에서 혼자 음주) 증가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수업, 재택 근무 등이 늘면서 밤늦게 혼자 배달음식을 즐겨 먹다 곧바로 잠드는 경향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통계에 따르면 위·식도 역류질환 전체 환자는 2015년 386만1265명에서 2019년 458만1713명으로 약 19% 증가했다. 이 중 20대 환자는 2015년 31만2039명에서 2019년 38만9162명으로 약 25% 늘었다. 20대 증가폭은 30대(11%) 40대(7%) 50대(10%) 보다 높았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에 있는 음식물이 식도로 거꾸로 역류하면서 가슴쓰림과 통증, 쉰목소리, 목 이물감, 삼킴곤란, 인후통, 기침, 천식, 속쓰림 등의 불편한 증상이나 합병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매년 유병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재발하기 쉽고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특성이 있어 환자들이 평생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위·식도 역류질환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식생활의 서구화, 비만 및 노령 인구 증가와 관련 있으며 하부 식도 괄약근 기능저하, 비정상적 식도 연하운동, 위산 과다, 위 배출 지연, 식도 점막의 저항력 감소 등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기름진 음식, 탄산음료, 커피 등 카페인 음료의 과다 섭취와 집에서 자기 전에 배달음식, 야식, 혼술(혼자 술 마시기) 등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위, 식도 등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급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범진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 20대 중심으로 젊은층의 위·식도 역류질환자 증가폭이 늘어나고 있는데, 언컨택트 시대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 집에서 배달음식 위주의 패스트푸드, 고지방식, 커피, 탄산음료, 식도 점막을 자극하는 매운 음식을 즐기거나 집에서 혼술, 야식 후 바로 눕는 습관 등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밤늦게 식사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과식한 후에 바로 눕게 되면 위산과 위속 내용물이 역류하게 되는데 기름진 음식, 술, 커피, 탄산음료, 과식 등으로 인해 ‘하부 식도 조임근육’의 압력을 낮추어 기능을 약화시키고 위산 분비를 촉진시켜 역류되는 위산과 위속 내용물들이 식도 점막을 손상시키고 쓰리게 하는 증상이 반복되면서 위식도 역류질환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위·식도 역류질환을 예방하려면 집에서 밤늦은 식사나 식후에 바로 눕는 습관, 과식 등은 피해야 한다. 술, 담배, 기름진 음식과 매운 음식, 고염분식, 커피, 탄산음료, 민트, 초콜릿, 신맛이 나 주스, 향신료 등의 섭취는 되도록 안하는 것이 좋다.
혹시 늦은 시간 식사를 하게 되었을 경우, 식사 후 바로 드러눕지 말고 20~30분 정도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바르게 앉거나 선 자세로 충분히 소화를 시킨 뒤 2~3시간 뒤 눕는 것이 좋다.
잠 잘 때도 침대머리를 15도 정도 올리거나 옆으로 누울 때는 왼쪽으로 눕는 것이 위장의 내용물 역류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잠 잘 때 오른쪽으로 누우면 위장의 상부 식도 연결통로가 식도 쪽으로 아래 방향으로 향하게 되어 음식물이 식도 쪽으로 역류하기 쉽다”면서 “왼쪽으로 눕게 되면 위장의 상부 식도 연결통로가 위쪽 방향을 향하게 돼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잠 잘 때 왼쪽으로 눕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위·식도 역류 증상, 연하 장애(삼키기 어려움), 출혈, 체중 감소, 빈혈 등 증상이 있을 경우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동반된 위장질환을 확인하고 식도염의 유무나 심한 정도를 파악해야 한다.
치료는 ‘양성자 펌프 억제제’(오메프라졸, 란소프라졸, 에소메프라졸 등)라는 약물이 효과적이다. 증상 정에 따라 1~2개월 정도 초기 치료를 받으면 대개 투여 1~2주일 내로 좋아진다.
하지만 현재의 약물이 위식도 역류질환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치료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투약을 중단하면 6개월 내에 약 80%가 재발하므로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역류성 식도염이 심한 경우에는 증상이 나아지더라도 합병증(식도협착, 출혈 등) 방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약물을 써야 한다.
실제 증상이 반복적으로 재발해 수년간 지속적, 혹은 간헐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도 많은데, 약물치료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심한 경우 식도 궤양 및 협착, 식도암 등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수술 치료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이 병원 위장관외과 박중민 교수팀이 국내에서 위·식도 역류질환 수술(항역류 수술)을 받은 환자를 분석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수술 받은 환자의 대다수가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위·식도 역류질환의 수술 치료인 ‘복강경 위저추벽성형 항역류수술’은 복강경을 이용해 위의 바닥 부분(위저부)으로 느슨해진 식도 하부를 감싸주고 횡격막의 틈을 막아 적절하게 복원해 위·식도 역류를 방지하는 구조물들의 기능을 개선시켜준다”면서 “재발이 잘 되는 환자들에게 보다 확실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