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저격하는 듯한 방송 진행자들의 2차 가해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방송사가 아니라 지뢰밭”이라며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16일 페이스북에 박지희 아나운서와 이동형 작가의 방송 발언을 언급한 글을 연달아 올렸다. 그는 박 아나운서가 출연한 TBS를 ‘지뢰밭’이라고 표현했고 이 작가가 방송한 YTN을 향해 “다 저런 애들로 채워져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고상하고 고결한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오려고 한다”며 “이 친구도 마이크 내려놓아야겠다. 사회적 흉기다”라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가 지적한 두 사람의 발언은 지난 14일과 15일 각각 나왔다. 박 아나운서는 ‘청정구역 팟캐스트’ 202회 1부 방송에서 “(피해자) 본인이 처음에 (박 전 시장의) 서울시장이라는 위치 때문에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얘기를 했다는데 왜 그 당시에 신고하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며 “4년 동안 도대체 뭘 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이런 식으로 김재련 변호사와 함께 세상에 나서게 된 건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박 아나운서의 말이 피해자의 고소행위를 비난하는 듯한 것으로 들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사실에 대한 순수성을 문제 삼는 듯한 뉘앙스라는 것이다.
이 작가는 유튜브 채널 ‘이동형 TV’ 라이브 방송에서 “피고소인(박 전 시장)은 인생이 끝났는데 숨어서 뭐 하는 것인가”라고 말해 대중의 비판을 받았다. 그는 “(고소인은) 뒤에 숨어있으면서 무슨 말만 하면 2차 가해라고 한다”며 “미투 사건은 과거 있었던 일을 말 못 해서 밝힌다는 취지로 신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여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면 다 추행이 되는 건지 따져봐야 한다”며 “지금은 이상하다고 말하면 2차 가해니 말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페미니스트들이 원하는 세상은 안 이뤄진다. 4년씩 어떻게 참았는지도 충분히 문제 제기할 수 있는데 이게 이상하냐”고 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