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 유착’ 수사팀, 前채널A 기자 구속영장 청구

입력 2020-07-15 20:00
채널A.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이 일단락된 지 6일 만이다.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된 상황에서 영장 발부 여부는 수사 정당성을 평가받는 첫 번째 관문이 될 전망이다. 윤 총장은 현재 수사팀 지휘에서 배제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15일 이씨에 대해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 측은 이씨가 여권 인사 비리를 제보하라는 취지로 협박했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지난 2~3월 이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사모님을 비롯해 가족 분들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47) 검사장과 이씨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이씨가 부산고검 차장검사실에서 한 검사장과 나눈 대화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이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씨는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에 “사건을 특정 방향으로 진행시킬 수는 없다”고 적기도 했다. 이씨는 오히려 이 전 대표 측이 ‘정치권 로비 장부’를 언급하며 한 검사장 등을 엮기 위해 함정을 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검사장은 이씨와 만난 자리에서 신라젠 사건 언급을 회피하는 등 공모의 증거도 없다는 것이다. 이씨 측 변호인은 “법률가 사이에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는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리를 도외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오는 2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도 열릴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에서도 심의위를 앞두고 전격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검찰은 심의위 안건은 사건의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라 구속영장 청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달 17일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대검찰청에 보고했다. 하지만 범죄 혐의 성립 여부를 놓고 대검 부장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윤 총장은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했고 추 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갈등이 증폭됐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