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젊은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22)가 대학에서 명예학위를 받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결식아동 돕기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서다.
맨유의 연고지 맨체스터에 위치한 맨체스터대학은 15일(현지시간) 래시포드에게 명예학위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맨체스터대는 “우리 대학에서 줄 수 있는 최고의 명예”라면서 “래시포드가 그간 경기장에서의 활약뿐 아니라 훌륭하게 아동빈곤 퇴치 운동을 해온 걸 기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로써 래시포드는 맨체스터대에서 역대 최연소 명예학위 수상자로 이름이 남는다. 앞서 맨체스터대는 맨유의 전설적인 공격수 바비 찰튼 경과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에게도 같은 학위를 준 바 있다. 맨체스터대는 “래시포드는 대표팀에서도 이미 핵심선수이지만 특히 최근 몇 주간의 선행이 집중적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맨체스터 위셴쇼(Wythenshawe)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래시포드는 연고지 팀 맨유 유소년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로컬보이’다. 래시포드는 최근 코로나19가 창궐해 학교에 가지 않는 아동들의 결식을 우려, 관련 자선단체인 페어쉐어(FareShare)와 협력해 음식 나누기 캠페인을 벌였다. 그의 독려로 2000만 파운드(약 303억원)가 모금돼 총 3900만 끼니가 영국 내 빈곤 아동들에게 매주 제공됐다.
래시포드는 또한 지난달 15일 영국 정부와 국회를 향해 직접 공개편지를 써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편지에서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생계를 위해 최저임금 직장에서 일하셨지만 충분치 않았다. 학교 무료급식과 봉사단체, 이웃과 축구팀 코치들에게 기대야 했다”며 무료급식을 확대해달라고 적었다. 정부가 응답하면서 영국에서는 여름 휴교 기간에도 빈곤 아동들을 대상으로 급식이 시행됐다. 맨체스터대는 “당시 래시포드의 행동이 정부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칭찬했다. 래시포드는 EPL 재개 뒤에도 해당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소식을 전해 들은 래시포드는 맨체스터대 측에 “저와 가족에게 매우 자랑스러운 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역대 명예학위 수상자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겸손해진다. 아직 아동빈곤 퇴치를 위해 할 일이 많지만, 스스로가 사는 곳에서 이렇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정말 뜻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맨유 구단도 이번 명예학위 수상을 반겼다. 맨유 구단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래시포드는 훌륭한 선수이자 훌륭한 인물”이라면서 “페어쉐어와 함께한 그의 공로와 아동 빈곤을 향한 관심은 이번 명예학위를 받기에 충분하다. 맨유의 모든 구성원은 래시포드가 매우 자랑스럽다”고 입장을 내놨다. 래시포드는 이번 시즌 맨유 소속으로 총 37경기에 출전해 20골 6도움을 기록하며 활약하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