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옥션이 15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진행한 7월 경매에서 보물 제1796호인 ‘정선 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이 유찰됐다. 이 화첩은 겸재 정선(1676∼1759)이 60대 후반에서 70대 후반 노년기에 금강산 일대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과 송나라 시대 유학자들의 일화와 글을 소재로 한 고사인물화 8점 등 총 16점을 엮은 것이다.
시작가는 50억원에 출발했으나 매수자가 나서지 않았다.
이번 작품은 애초 우리나라 고미술품 최고가를 경신할지 주목을 받았다. 역대 고미술품 최고가는 2015년 서울옥션에서 거래된 대형 괘불 ‘청량산괘불탱(보물 제1210호)’으로, 35억2000만원에 팔렸다.
K옥션에서 최근 거듭 보물이 경매에 나와 유찰됨에 따라 K옥션의 경매 방식에 대해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5월에 진행된 K옥션 정기 경매에서도 간송 전형필 집안 소장품인 보물 불상 2점이 나와 싱겁게 유찰된 바 있다.
고미술계 관계자는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는 유찰되면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옥션에서 경매에 상정할 때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며 “무턱대고 내놓을 게 아니라 사전에 살 수 있는 곳을 파악하는 등 조율을 하고 내놓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높은 추정가도 유찰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겸재 정선 화첩 가운데 보물 제585호인 ‘퇴우이선생진적첩‘이 2012년 K옥션 경매에서 34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고미술계는 이번에 나온 화첩은 같은 겸재의 작품이지만 기량면에서 ‘퇴우이선생진적첩’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