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거부 논란에 왜 갑자기 사과했을까. 이로 인해 오히려 당내 내홍이 커지면서 심 대표의 사과 배경과 이유를 둘러싸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의당 지지층을 의식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는 의견과 진보정당으로서의 딜레마, 청년 감수성 부족 등이 이유로 꼽힌다.
가장 큰 이유로 심 대표가 전통적 정의당 지지층과 새로 유입되는 지지층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정의당에는 불공정, 젠더 이슈에 민감한 청년층 지지자들과 정의당을 범여권으로 간주하고 들어온 지지층 사이에 팽팽한 긴장관계가 형성돼있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15일 “문화적·경험적 공감대가 적은 두 지지층을 만족시키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며 “그동안 사안이 터질 때마다 이런 부분을 확실히 정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여성본부가 이날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서울시 관계자들의 무마 여부를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두 번째 이유는 당내 다양한 목소리의 분출을 ‘분열’로 여기는 진보 정당의 딜레마에서 찾을 수 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에선 금태섭 전 의원이나 박용진 의원의 발언을 소신으로 여기지만, 정의당의 경우엔 이를 분열이나 갈등 조장으로 바라보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이번 사과의 경우 문제를 일단락지어야 한다는 마음에서 심 대표가 했던 것인데 오히려 문제가 커졌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당 안팎에선 기성 운동권 세대인 심 대표가 현재 청년 세대에 대한 이해나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들고 있다. 지난해 조국 사태를 계기로 심 대표 등 지도부의 메시지가 당내 청년층 및 청년 지지자들과 계속 어긋나고 있다. 이 때문에 조국 사태와 이번 조문 논란을 거치며 정의당의 세대교체가 사실상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심 대표를 비롯한 당내 다수가 박 전 시장과 같은 세대”라며 “결국 지금과 같은 당의 진통은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