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울산시장 측에 뒷돈을 건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울산 지역 중고차 매매업자 장모(62)씨가 검찰에 재차 소환됐다. 장씨의 검찰 출석은 지난 5월 29일 구속영장 기각 이후 처음이다.
검찰은 2018년 장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건설회사의 법인계좌에서 2억여원을 개인적으로 인출한 정황을 포착, 용처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장씨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전후해 송 시장의 선거캠프에 뒷돈을 건네고 사업 편의 청탁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벌여 왔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최근 송 시장에 대해서도 소환을 통보했지만 송 시장은 “응할 이유가 없다”며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15일 오전 장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그가 대표로 있던 건설사 법인계좌에서 총 2억여원을 개인적으로 인출한 경위와 용처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거액 자금이 빠져나간 시기는 선거 4개월여 뒤인 2018년 10월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장씨가 관련된 법인계좌를 추적해 이러한 자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씨가 중고차 경매장 부지를 복합시설로 변경해 달라는 민원을 벌여왔던 일에 주목하고 수사를 벌여 왔다. 법조계는 “법인계좌에서의 거액 인출 사실은 검찰로서는 의심할 만한 사안”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장씨는 건설사의 연말결산 잔고를 맞추기 위해 과거 돈을 빌렸었고, 이를 변제하기 위해 돈을 인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이 같은 거래가 건설사를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일반적이라고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5월 장씨를 체포, 구속영장을 청구하던 때에도 이 같은 자금흐름을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가 골프공 박스에 현금 2000만원을 담아 송 시장 측 선대본부장 김모(65)씨에게 건넨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됐었다. 검찰은 장씨와 김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이후에도 송 시장 선거캠프의 지방선거 관련 범죄 혐의들에 대해 계속 수사해 왔다. 검찰은 지난달부터 김씨에게 2차례 검찰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김씨는 응하지 않았다.
울산시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주 초 송 시장 측에도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송 시장은 “응할 이유가 없다”며 변호인을 통해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송 시장은 검찰이 지난 1월 “한번 더 조사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곤 돌연 기소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의심하는 사전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했다.
청와대의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지난 1월 29일 송 시장 등 13명을 기소했다. 총선을 앞두고 수사를 멈췄다가 재개했는데, 법원에서 “6월까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예고한 바 있다. 검찰은 장씨가 송 시장 측에 뒷돈을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피의자 측에서 ‘별건수사’라는 항변이 있지만 검찰은 “기존 사건 수사 중 관련 범죄혐의 단서가 발견됐다”는 입장이었다.
장씨와 김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위법한 수사를 주장하며 수사팀을 감찰해 달라는 진정을 제기했었다. 해당 사건은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에 배당됐다. 다만 아직 진정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단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