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홍콩 특별지위’ 박탈…금융허브 직격탄

입력 2020-07-15 17:20 수정 2020-07-15 17: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없애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종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을 강행한 데 따른 보복조치로 홍콩에 부여했던 무역·통상·기술이전·비자발급 등의 각종 특혜를 박탈하는 게 골자다. 중국 본토와 다를 게 없어진 홍콩에서 자본과 인력이 빠져나가는 탈출 러시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홍콩 정상화를 위한 행정명령’은 제1항에서 “홍콩에 대한 특혜를 보류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구체적으로는 대중 수출에 적용되는 관세 등 각종 기준을 홍콩에 그대로 적용할 것, 홍콩 여권 소지자에 대한 우대조치를 철회할 것 등이 담겼다. 홍콩은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평균 2%의 낮은 관세를 적용받았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에 대해선 무역전쟁 이후 19.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행정명령은 경제·통상 분야 외에도 홍콩과의 범죄인인도협정·수형자이송에관한협정을 중단하고, 경찰 및 보안요원에 대한 교육훈련을 폐지하도록 했다. 양국 교류활동인 미 국무부의 풀브라이트 장학생 프로그램도 종료된다. 또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홍콩인을 난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연간 난민 상한선을 재할당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과 별개로 홍콩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홍콩의 정관계 인사들을 제재하는 법안에도 서명했다.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이들과 거래한 단체·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다. 홍콩의 주요 은행 중 한 곳만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도 홍콩 금융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없애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따라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달리 대우해왔다. 인구 750만명의 도시 홍콩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허브로 성장한 데는 특별지위의 영향이 컸다. 관세혜택, 규제완화, 외환거래의 용이성 때문에 글로벌 기업 중 상당수는 아시아 거점을 홍콩에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특별지위 박탈로 홍콩이 그간 누려왔던 금융허브의 지위는 크게 흔들리게 됐다.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정세가 불안정한데다 경제·무역 분야 혜택마저 사라지면 기업들로선 홍콩에 남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홍콩 사무소 일부를 서울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NYT 외에도 홍콩에 아시아본부를 둔 주요 국가의 언론사들이 홍콩 내 인력을 줄이거나 본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거리에 걸린 정부의 국가보안법 공고 현수막 앞을 15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홍콩은 이제 중국 본토와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며 “특혜도, 경제적 대우도, 민감한 기술이전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어느 나라도 중국처럼 미국을 뜯어낸 나라는 없다”며 “지금보다 중국에 더 강경한 정부는 없었고 그것이 내가 선출된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시간가량 진행된 기자회견 내내 중국과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긴 모두발언 이후 ‘당신은 이번 가을(11월 대선)에 질 것 같은가’는 질문을 받고 “플로리다 호수에 떠 있는 트럼프 사인이 도배된 수천 척의 배를 보라”며 “그게 진짜 여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가까운 시일 내 통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중국은 맞대응을 예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15일 성명을 내 “중국은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반격할 것이고 미국의 관련 인원과 기관을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