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의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지휘권 상실 사태 속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의 총장 대면보고도 사라진 모양새다. 수사가 활발했던 지난해에 월 2회였던 대면보고가 주 1회로 늘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오히려 3주째 서면보고로 대체되고 있다. 검찰 수뇌부의 소통 단절이 오래 가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윤석열 검찰총장 대면보고는 지난 1일과 8일에 이어 15일에도 생략됐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지난달까지는 매주 수요일 오후 대검찰청에서 만나 주례회의를 진행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둘러싼 사태들과 무관하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은 윤 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여부, 사건 수사 방향·범위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대립해 왔다.
서울중앙지검장이 대검을 찾아 ‘직보’하는 것은 주요 사건들을 놓고 검찰 최고위층이 내밀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일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윤 총장은 지난해 취임 뒤 월 2회 꼴이던 서울중앙지검장의 대면보고를 주 1회로 빈도를 높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등 서울중앙지검의 현안이 많아진 영향 때문이었다.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 대검 국정감사 때 “사건이 많은 것 같아 주 1회로 늘렸다”며 “전화나 수시보고는 없다”고 했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 간의 대면이 없다고 해서 업무처리에 문제가 발생하진 않는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수사팀과 대검 지휘부 간 실무 성격 협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관장 일정에 따라 대면보고가 서면으로 대체된 전례가 꽤 있었다는 설명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서면에도 내용은 다 들어 있다”고 했다.
다만 이런 상황이 최종 결재에 이르는 시간을 더 들게 하고, 불가피하게 업무 속도를 늦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차장급 검사는 “매주 있던 면담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수사가 미뤄진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검찰 내홍 사태의 연장선상인 만큼 정상화되길 희망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도 ‘수사 1번지’ 서울중앙지검에는 중요사건과 최종 의사결정을 기다리는 사건들이 많다. 법조계는 우선 서울중앙지검에서 장기간 수사를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주목한다.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던 수사팀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만큼 만일 기소가 이뤄지더라도 범위가 최소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