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호소인’ 고집한 서울시…3개월 전엔 ‘피해자’라더니

입력 2020-07-15 17:02 수정 2020-07-15 17:04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15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직원 성추행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면서 ‘피해호소 직원’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했다. 그동안 본적 없는 생소한 표현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 서울시는 “(해당 직원이)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피해를 말한 적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불과 3개월 전 유사 사건이 터지자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시는 이날 입장 발표 때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를 ‘피해호소 직원’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직원’으로 지칭했다.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 “2차 가해 차단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A씨는 ‘피해호소 직원’이었다.

‘피해호소인’ ‘피해호소 직원’이라는 용어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뒤 갑자기 등장했다. 서울시와 청와대, 여당까지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이 단어 속에는 피해를 증명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사실관계를 가릴 수 없기 때문에 일방적인 호소에 그친다는 의미다. 고소인 측이나 여성단체 등에서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피해자’나 ‘고소인’이라는 표현과는 다르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왜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이라고 말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현재 이 직원이 아직 피해에 대해서 우리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말한 것이 없다. 여성단체를 통해 (피해 사실을) 접하고 있어서 그런 차원에서 말씀드린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 내부에 공식적으로 접수가 되고 (조사 등이) 진행되는 스타트 시점에 ‘피해자’라는 용어를 쓴다”며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이런 말을 쓴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3개월 전 서울시장 비서실 남자 직원의 성폭행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서울시의 태도를 돌아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4월 23일 시장 비서실 남자 직원이 이전에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시청 여성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돼 입건된 사건이 알려지자 곧바로 ‘피해자’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서울시가 낸 입장문을 보면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최우선으로 두고 사건을 처리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기본 입장이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보도되어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협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등 일관되게 ‘피해자’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게다가 서울시는 “이미 해당 가해 직원에 대해서는 직무배제 조치를 취했으며, 경찰 조사와 별개로 자체적인 상황 파악 중이다”며 피의자인 남자 직원을 ‘가해 직원’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는 경찰의 수사 개시 통보가 오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었다.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도 해당 사건 브리핑에서 남자 직원을 ‘가해자’라고 2차례 표현했으며, ‘피해자’라는 용어를 2차례 썼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