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운명, ‘생방 토론 중 발언’ 인정 여부에 달렸다

입력 2020-07-15 17:01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19일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수원=최현규 기자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정치적 운명은 도지사후보 합동토론회에서 나온 이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인지 여부에 대한 대법관 13인의 결정에 달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지사의 발언이 즉흥적인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생중계 토론회의 성격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것인지 여부 등을 따져 결론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6일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이에 대해 1심은 무죄, 2심은 지사직 박탈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지사로서는 대법관 13명 중 7명 이상의 다수 의견으로 2심이 파기될 가능성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이 지사는 2018년 5월 생중계된 KBS토론회에서 김영환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가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고 묻자 “그런 일 없다”고 답했다. 6월 MBC토론회에서도 “김영환 후보가 제가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어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은 토론회 당시 김 후보의 질문을 ‘멀쩡한 사람을 불법으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것 아니냐’는 것으로 이해하고 부인했다는 입장이다. 1심은 “불리한 사실관계는 언급하지 않고 유리한 것만 추출했다”면서도 “그 자체로 구체적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사실을 들어 추가 질문을 한 것이 아닌 한 ‘불법 강제입원’을 전제로 “그렇게 한 적이 없다”고 답변한 것을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특히 1심은 질문과 답변이 즉석에서 오가는 생중계 토론회의 특성을 적극 감안했다. 1심은 “합동토론회는 주장에 대한 공방을 통해 불분명한 사항을 구체화하는 게 전제”라며 “이를 보완하는 것은 토론 상대방의 몫”이라고 했다.

반면 2심은 “합동토론회에서 이뤄지는 공방의 즉흥성·계속성으로 표현이 다소 불명확할 수 있다”면서도 “발언의 전체 취지, 그로부터 일반 선거인들이 받는 인상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지사가 질문의 의미를 분명히 알면서도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본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지사 사건의 주심인 노정희 대법관이 지난 1월 이재수 춘천시장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무죄 선고한 것에 주목한다. 이 시장은 이 지사와 마찬가지로 토론회에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는 상대 후보 말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허위 답변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합동토론회 특성상 허용되는 공방”이라는 2심 판단을 받아들여 “허위사실을 공표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지사 사건은 전원합의체에서 팽팽한 공방이 벌어진 것으로 안다.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