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은 자 있지만 전한 자 없다… ‘성추행 고소 유출’ 미스터리

입력 2020-07-15 16:53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피소사실을 알게 된 경위를 둘러싼 논란이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고소를 접수한 경찰과 그 사실을 보고받은 청와대가 유출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역시 박 전 시장이 피소사실을 어떻게 인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결국 경찰이 박 전 시장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과 통화내역 분석 등을 통해 피소사실이 전달된 경로를 역추적하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현재 고소사실 유출경로 가능성이 있는 기관이나 인물들은 한사코 제기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서울시 임순영 젠더특보는 지난 8일 오후 3시쯤 ‘시장님 관련한 불미스런 일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박 전 시장에게 보고했을 뿐 고소여부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피해자가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한 시점은 그날 오후 4시30분이었다. 임 특보는 박 전 시장이 실종된 9일 오전에야 피소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한다. ‘외부’가 어디를 뜻하는지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박 전 시장과 9일 오전 9~10시 공관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진 고한석 전 비서실장 역시 15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피소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관에 갔나”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공관에서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오후 1시39분에는 박 전 시장과 마지막 통화를 나눴는데, 통화내용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시선은 다시 경찰로 쏠리고 있다. 고소접수 사실을 미리 인지해 박 전 시장에게 알린 경로는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전 시장 변사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경찰청은 이날 “고인의 휴대전화 포렌식 수사와 더불어 통화내역 확인을 위한 통신영장 신청 등 과정도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휴대전화 분석 작업이 변사사건에 한정된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이 피소사실을 언제 어떤 경로로 접하게 됐는지 단서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현수 강보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