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여, 안녕히 가시라”…백선엽 장군, 대전현충원에 잠들다

입력 2020-07-15 16:49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백선엽 장군의 영결식이 끝나고 정경두 국방부, 서욱 육군참모총장 등이 운구 차량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2020.7.15 [사진공동취재단]

‘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예비역 육군 대장)이 15일 전쟁 당시 전투복을 입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백 장군의 영결식은 이날 오전 7시30분쯤 서울아산병원 영결식장에서 엄수됐다. 서욱 육군 총참모장 주관으로 빈소가 차려진 이곳에 유가족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등 한·미 군 수뇌부가 참석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역대 육군참모총장, 보훈단체 관계자도 자리했다. 정계에서는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결식에 조화를 보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추도사에서 백 장군을 “철통같은 한·미동맹의 창시자 중 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우여, 안녕히 가시라(Farewell, friend)”고 조의를 표했다. 1사단장을 지낸 송 중장은 추도사에서 “지금도 국가장으로 동작동 서울현충원에 모시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백 장군은 6·25전쟁 때 1사단을 지휘했다.

백 장군의 영구차는 영결식이 끝난 뒤 장지인 대전현충원으로 이동했다. 유가족을 비롯해 서 총장, 에이브럼스 사령관, 다부동전투 참전용사 등이 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서 열린 안장식에 참석했다. 참전용사들은 백 장군이 꼽은 6·25전쟁 격전지 8곳에서 가져온 흙으로 백 장군 묘에 허토했다.

서 총장은 “장군님께서는 사랑하는 전우가 있는 곳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고 계실 것”이라며 “이제 무거운 짐은 후배에게 내려놓고 평안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보 시민단체와 보수 시민단체는 이날 대전현충원 입구에서 백 장군의 안장을 놓고 찬반 집회를 여는 등 한 때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15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서 고인의 묘에 6·25전쟁 격전지인 다부동 등 8곳의 흙이 뿌려지고 있다. 2020.7.15 psykims@yna.co.kr/2020-07-15 15:21:39/

백 장군은 지난 10일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33세 나이에 1953년 1월 육군 대장으로 진급했다. 국군 최초의 4성 장군이다.

미 국무부는 14일(현지시간)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미국은 백 장군의 별세에 대해 한국 국민에게 가장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한국전쟁에서 조국에 대한 그의 봉사는 한·미 양국이 오늘날도 유지하는 가치인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위한 싸움의 상징이었다”며 “백 장군은 외교관과 정치인 업무에서도 위대한 탁월함으로 조국에 봉사했고 한·미동맹 구축을 도왔다”고 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은 직접 조문을 하거나 격에 맞는 예우를 하지 않았다”며 “세계 어느 곳에도 전쟁영웅을 이렇게 대접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백 장군을 서울현충원에 모시지 못한 점도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문동성 박재현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