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이 과거 인종차별의 역사와 연관된 구단명을 바꿀지가 주목 받고 있다. 같은 논란을 겪어온 미 프로미식축구(NFL) 구단 워싱턴 레드스킨스가 최근 구단명을 교체하겠다고 먼저 발표하면서다.
워싱턴 레드스킨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구단명을 바꾸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명칭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피부색을 묘사한 데서 따왔기 때문에 인종차별적 성격을 띠었다는 비판을 결국 인정한 셈이다. 야후스포츠는 비슷한 요구를 받고 있는 MLB 구단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등이 이제 주목의 대상이 됐다고 14일 보도했다.
이번 결정이 의미가 있는 건 인종차별적인 구단명에 과거와 다른 수준의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줘서다. 앞서 약 7년 전부터도 아메리카 원주민 인권단체로부터 같은 요구가 있었지만 당시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댄 스나이더 구단주는 절대 구단명을 바꿀 수 없다고 선언했다. 때문에 최근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거세진 점이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추신수가 뛰었던 MLB 구단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지난 4일 구단명 변경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 레드스킨스가 같은 검토를 한다고 밝힌 직후였다. 클리블랜드에도 오래 전부터 시민단체들이 구단명 교체 요구를 해왔지만 이처럼 검토 의사를 밝힌 것 자체는 처음이었다. 인디언스는 비슷한 의미에서 그간 로고로 사용하던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와호 추장(Chief Wahho)’의 만화 캐리커쳐를 2018년 이후 더 이상 쓰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인디언스’라는 이름을 대체할 후보는 과거 클리블랜드를 연고로 존재했던 야구팀 ‘스파이더스(Spiders)’가 먼저다. 야후스포츠는 과거 니그로리그(흑인 등 유색인종만 뛰게 했던 미 프로야구 리그)에 있었던 클리블랜드 연고팀 ‘버크아이즈(Buckeyes)’가 후보에 오르는가 하면, 또 단순히 어감이 좋다는 이유로 ‘록스(Rocks)도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같은 요구를 받아온 MLB 구단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는 구단명 변경 의사가 없다고 이미 성명을 발표한 상태다. ‘브레이브스’라는 명칭은 과거 아메리카 원주민 전사들을 부르던 단어다. 구단은 최근 팬들에게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우리는 언제까지나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로 남을 것”이라면서 “아메리카 원주민 공동체를 기리며, 지지하고, 높이 평가한다. 이 점 역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후스포츠는 대신 애틀란타 구단을 상징하는 응원수단으로 1990년대에 퍼진 토마호크 촙(Tomahawk Chop·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쓰던 도끼 ‘토마호크’에서 착안한 응원가와 몸짓)은 더이상 쓰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응원은 아메리카 원주민 체로키 부족의 후예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 투수 라이언 헬슬리가 지난해 이를 모욕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