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라, 싸게 시장 차지한다’ 통신3사, 현대HCN 인수전

입력 2020-07-15 15:57
KT, SKT, LG유플러스 통신3사 로고가 보이는 간판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스카이라이프 3사가 15일 유료방송 시장 2차 재편 신호탄이 될 현대HCN의 본입찰에 도전장을 냈다. 이번 입찰 결과에 따라 후속 인수합병(M&A)이 진행되면서 유료방송 시장 판도가 흔들릴 전망이다. 현대백화점그룹과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이날 현대HCN 매각 본입찰을 마감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24일쯤 통보할 계획이다.

현대HCN 가입자 점유율은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95%에 불과하지만 상대적으로 인수 가격이 낮다. 게다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높아 현금창출이 좋은 매물로 평가받아 3사가 모두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날 3사 대표는 과기부 장관이 주재하는 ‘5G’ 관련 간담회장에 입장하면서 이번 인수에 대한 언론 질의에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겉보기엔 구현모 KT 대표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그는 KT스카이라이프의 입찰에 대해 “현대HCN은 가입자가 도심에 집중돼 (유료방송)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KT는 당초 딜라이브 인수합병을 추진했으나 국회의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로 무산됐다. KT의 추가 인수가 쉽지 않게 되자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대신 전면에 내세웠다.
유료방송 사업자 로고. 각사 제공

KT는 2019년 하반기 기준으로 가입자 737만7514명으로 점유율 21.96%를 차지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321만95명으로 9.56%의 점유율을 보였다. 합산 점유율 31.52%로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독보적 1위다.

SK텔레콤은 물밑으로 가장 적극적인 인수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현대HCN 인수합병에 대해 “규모가 커지고 좋을 거 같다. (인수 가격을) 합리적으로 신청하려고 한다”며 여유 있는 표정을 보였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합병으로 시장점유율을 24.17%까지 끌어올렸으나 KT 31.52%, LG유플러스 24.91%에 못 미친다.

3위 사업자로서 현대HCN 인수 유인이 크다. 경북권역을 커버하는 티브로드를 인수한 SK텔레콤이 같은 지역에 기반이 탄탄한 현대HCN를 인수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입찰 여부 질의에 “검토 결과 참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LG유플러스는 옛 CJ헬로비전 인수 이후 점유율 2위로 올라섰지만 취약권역 보완을 위해 인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대형 M&A로 현금 유동성이 좋지 않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번 인수를 놓치면 자칫 다시 ‘시장 3위’가 될 수 있다.

관건은 가격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6000억원 안팎을 매각 가격으로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입찰자들 사이에선 4000억~5000억원대가 거론된다. 현대HCN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유료방송 판도는 흔들린다. 당장 시장에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와 CMB 매각 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이 간다. 현대HCN을 놓친 통신사들이 남은 매물을 잡기 위해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강주화 김성훈 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