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고용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업계는 올해 상반기 내수 판매 활성화에 힘입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했다. 다만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 중인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국내 업체들의 구조조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 구조조정 발표 현황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확산 전인 지난해 12월 기준 예고된 인력 감축 규모는 약 6만6000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글로벌 기업들은 직원 약 7만4000명을 추가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구조조정 규모는 반년 사이 2배 이상 커졌고, 차 업계는 미뤄왔던 인력감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단 상반기 국내 업계는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을 피한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내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은 33.4% 줄었지만, 해외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국내 완성차 5사가 밝힌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계는 노동조합이 있는데다 인력 감축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업체 대다수가 자연 감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인력 감축에 대한 걱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전기차 시대로의 진입, 실적 악화, 자금난 등과 맞물려 인력감축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생사기로에 선 중소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하반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민하게 대책을 찾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적극적으로 ‘품질 혁신’에 동참하며 사측에 고용 유지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나머지 완성차 노조들은 사측이 경영상 이유로 조직 개편, 부지 매각 등을 단행할 때마다 구조조정을 염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소 부품 업체들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자금난을 해소하지 못해 감원과 휴업을 반복하고 있다.
업계는 정부 차원의 국내 자동차 및 부품 기업 고용유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수출 시장에서 판매 급감세가 지속되는 탓에 국내 업체들의 고용 유지 불확실성이 늘고 있어서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우리 업체들은 생산라인 운영 속도 조정 등의 방법으로 고용유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 어려움에 일부 휴업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고용유지 지원금 확대나 제도 개선 등 정부의 지원책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고용유지 지원금 지원 조건인 휴업 규모율을 현행 20%에서 6.7%로 완화하고, 지원 기준을 전 사업장이 아닌 사업부별로 전환해 개별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개선책을 제시했다.
이날 협회가 발표한 자동차 산업 직간접 고용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이후 10년간 자동차 부품 부문의 직접고용은 65.4%(10만4000명), 판매정비 부문의 간접고용은 27.2%(6만명)씩 각각 늘었다. 하지만 완성차 부문의 직접고용은 생산설비 투자, 자동화 확대 등을 이유로 10.8%(1만2000명) 줄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