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저지본부, 한국판 뉴딜은 대기업용 혹평

입력 2020-07-15 15:37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에 대해 대기업용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운동본부는 15일 성명을 통해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선도국가’, ‘대전환’,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과 같은 ‘고급스레’ 들리는 수사들을 동원해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5년간 160조원을 들여 19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으나 내용은 식상했다”고 평가절하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공동대표를 지낸 경제학자인 최배곤 건국대학교 교수조차 ‘기재부가 주도하는 한국형 뉴딜은 성장에 중심을 둬 이명박 정부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고’, ‘190만 개 일자리도 과거 정부도 해 왔던 공허하고 보여주기식’이라고 할 정도라는 것이다.

운동본부는 “기존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기조와 달라진 것이 없고, 이전보다 속도를 높이고 ‘규제 개선을 지속’해 기업주들을 위한 경제활력 제고에 매진하겠다는 것”며 “보건의료분야도 의료 영리와 기조를 유지하고 규제를 더 푼다는 핵심”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같은 성명에서 원격의료 중단을 요구했다.



“스마트 의료 인프라” 산업 육성에 보건의료 정책이 집약돼 있고, “비대면 의료 제도화”를 명문화해 원격의료 추진을 확실히 한 것은 그동안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이용해 기어이 법제화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ICT를 활용한 재택의료 건강보험 수가 시범사업 지속 확대”, “건강취약계층 12만명 디지털 돌봄”, “만성질환자 20만 명 웨어러블기기 보급, 질환 관리”와 같은 원격의료 정책들은 하나같이 ICT기업들과 웨어러블기기 업체들의 돈벌이를 돕는 것에 불과하는 것이다.

운동본부는 “‘스마트병원’ 18개 구축하는데 최대 360억이라는 세금이 들어간다”며 “입원환자 실시간 모니터링, 의료기관간 협진 등을 하겠다는 것인데, 환자 상태를 점검할 간호인력을 늘리고 감염내과가 없는 병원의 의사를 육성하고 충원하는 게 아니라, 값비싼 ICT 기기들로 대신하겠다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특히 ‘AI정밀의료’를 하겠다며 “간질환, 폐암, 당뇨 등 12개 질환별 AI정밀진단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개발·실증(닥터앤서2.0)”을 지원하고, 닥터앤서1.0(’18~’20)에 364억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처럼 거액을 지원한 사업에 대한 평가도 없이 다시 수백억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의견수렴이 덜 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운동본부는 “‘닥터앤서’는 ‘한국형 왓슨’을 표방하는데, IBM의 ‘인공지능 의사’ 왓슨은 실패했다”며 “의학전문 매체 <스탯>은 왓슨이 병원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어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되지도 않는 사업에 쏟는 수백억 예산은 대형병원들과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돈벌이를 도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운동본부는 민감한 개인 건강정보 민영화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국형 뉴딜은’ “공공데이터 14.2만 개”를 전면 개방하고, “의료, 바이오 등 데이터 수집, 활용”을 확대한다는 것이 핵심인데, “공공·민간데이터 통합관리연계·활용”을 활성화해 “데이터 산업”을 지원하게 되면 의료, 바이오와 같은 건강정보는 민감정보로 유출될 경우 당사자는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운동본부는 “정부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신종감염병 예후·예측”하겠다고 하는데, 과거의 빅데이터로 통계적인 상관관계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는 없기 때문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09년 <네이처>에 구글의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한 ‘독감예측’ 논문이 실려 빅데이터 광풍이 불었지만 ‘독감예측’ 논문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논문이 4년 후 <네이처>에 발표됐다. 그후 구글이 빅데이터를 이용해 코로나19는 물론이고 질병을 예측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는 것이 노조의 견해다. 그러나 4년 동안 구글의 주가는 급등했다.

결국 공공의료 데이터를 개방하고 민간데이터와 결합연계하는 것은 민간보험사나 통신사의 보험상품 판매나 데이터 판매를 통한 돈벌이를 돕게 되고, 환자들은 예측할 수 없는 피해로 내몰릴 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운동본부는 공공의료 강화만이 코로나19 재유행과 신종감염병을 대비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운동본부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공공의료와 인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필요에 비해 얼마나 자원이 부족한지도 알게 됐다”이라며 “지금도 광주처럼 공공의료가 취약한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운동본부는 ‘한국형 뉴딜’에는 코로나19의 교훈이 없다고 맞섰다.

운동본부는 “‘스마트 의료 인프라’ 구축에 2025년까지 3000억원(국비 2000억원)을 투입해 3000개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 돈이 모두 일자리에 쓰인다고 해도 1인당 5년간 6000만원, 연 2000천만 원짜리의 저질 일자리”라면서 “190만 개 일자리 중 코로나19와 공공의료를 위한 일자리는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그나마 만들어지는 일자리도 저질 일자리 3000개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이와는 반대로 공공병원 확충과 공공의료인력 확충만 제대로 해도 양질의 일자리 수십만 개는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운동본부는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라’는 원칙이 코로나19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 1번일 정도로 중요하다는 뜻일 텐데 대부분 국민들은 쉬면 수입이 없어져 그럴 수가 없어 상병수당을 즉각 도입해야한다”면서 “그런데 ‘한국형 뉴딜’은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추진한다며 2021년 연구용역, 2022년 저소득층 시범사업 후 그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 도입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어서 그동안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수입을 포기하거나 선택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덕분에 챌린지’는 코로나19 일선에서 사투를 벌인 의료진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데, 문재인 정부는 엄지 척 해놓고는 코로나19로 영혼까지 갈아넣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쳤다”며 “고용노동부가 올해 6월까지 특별연장근로 사용일수를 ‘무효처리’한다는 것이고, 상반기 동안 영혼까지 갈아넣어 번아웃 되고 있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을 하반기에도 갈아 넣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따졌다.

한국에서는 말로만 영웅이라고 칭하고, 프랑스는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임금을 월평균 25만원 인상하기로 해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의 ‘한국형 뉴딜’은 기존 친기업 정책의 연속”이라며 “코로나19가 여전히 진행중이고 언제 대구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데, 더 늦기 전에 공공의료와 공공의료인력 확충에 즉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을 발표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이 참여하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