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선수 사건을 비롯한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력 문제를 낳은 제도적 허점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인권위는 대통령에게 국가적 책무로서 체육계 구조 변혁과 인권위의 적극 활용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15일 체육계 폭력·성폭력 문제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와 결정문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2월 꾸려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활동의 후속조치로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통합체육회와 소속 단체,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344개 기관의 최근 5년간 폭력·성폭력 신고 처리 사례와 선수·지도자에 대한 보호제도, 구제체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대한체육회·대한장애인체육회 등이 폭력 문제에 대한 처리 기준을 실제로 지키지 않은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일부 지자체, 공공기관은 처리 기준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활동한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에 피해를 신고했는데 별다른 제재가 없거나 추가 피해가 있었다는 진정이 접수되기도 했다.
이날 발표한 결정문에서 인권위는 체육계 폭력 사태의 상담·신고부터 조사·처리와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에는 지도자 관리, 선수 보호 의무를 법제화할 것 등을 권고했다.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에는 폭력·성폭력 사안의 징계기구를 통합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의무화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대통령에게 체육계 폭력 문제를 국가적 책무로 여기고 해결할 것을 강조했다. 인권위는 체육계 폭력·성폭력 문제 지속을 막기 위해 “국가 주도의 체육정책과 여기에서 비롯된 승리지상주의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체육계로부터 온전히 독립적인 인권위를 전문적 조사기구로 활용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가 대통령에게 직접 권고한 것은 설립 이후 이번이 4번째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