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만큼 과학을 정치화한 대통령 없어” 전직 美보건수장들 공개 비판

입력 2020-07-15 14:59 수정 2020-07-15 15:40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을 듣다가 생각에 잠긴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미국 전직 보건수장 4명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공개 비판에 나섰다.

톰 프리든, 제프리 코플란, 데이비드 새처, 리처드 베서 등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출신 인사 4명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우리는 CDC를 운영했었다. 어떤 대통령도 트럼프처럼 과학을 정치화한 바 없다’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냈다.

이들은 미국 보건을 약화시키는 원흉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CDC를 약화시키려는 정치 지도자들이야말로 코로나19 만큼이나 안전한 개교와 경제 정상화를 방해하는 적으로 규정했다. CDC의 보건 지침과 달리 9월 등교 개학을 밀어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지난주 학교 재개 논의에서 볼 수 있듯이 보건 당국의 건전한 가이드라인을 뒤집으려는 백악관의 반복적인 노력은 코로나19 확산 사태에서 혼란과 불확실성만 초래하고, 불필요한 희생을 낳게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일갈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벳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 등이 CDC 지침을 학교 정상화의 장애물로 묘사한 데 대해 반발한 것이다.

이들은 “CDC 지침이 다양한 부처 및 백악관 조율을 거치는 과정에서 고쳐지는 것은 통상적이지만 이미 발표된 지침을 사후에 손 대는 일은 그렇지 않다”며 “이미 발표된 지침을 개정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타당한 근거는 정치적 압박이 아닌 새로운 정보와 과학”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최고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이날 조지타운대가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대중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 시민들은 존경받는 의료 당국을 믿을 수 있다”고 답했다.

파우치 소장은 “그들은 양질의 데이터와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정책을 권고하거나 추진해본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정치적 헛소리에 휘말리지 말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료당국자의 조언을 신뢰해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