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팀 전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적설에 시달리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33)가 다시금 활약하고 있다. 고비마다 팀을 구하는 골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순위인 4위 싸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중이다.
지루는 14일(현지시간) 홈구장 스탬포드브릿지에서 열린 EPL 36라운드 노리치 시티와의 경기에서 전반 추가시간 헤딩 결승골을 넣어 팀의 1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이 승리로 첼시는 아직 한 경기를 덜 치른 4위 경쟁팀 레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를 일단 4점까지 벌려놨다. 이 두 팀의 경기는 이틀 뒤인 16일 각각 치러진다.
이날 경기에서 첼시가 보인 전체적인 경기력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강등이 확정적이다시피 한 노리치가 상대이니만큼 점유율과 슈팅 면에서는 압도적이었으나 날카로움이 심각하게 부족했다. 점유율과 속공을 기반으로 한 프랭크 램파드 감독의 전술과 달리 첼시의 공수전환은 느렸고 이를 극복할 창의성도 부족했다. 현지 일간 더타임스는 “이미 혼란에 빠진 노리치를 상대로 간신히 이긴 건 평소라면 기뻐할 일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중요한 승리였다”고 평했다.
어려웠던 이 경기에서 지루는 선발로 나서서 전방에서 버텨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날 득점까지 합해 그는 리그가 재개된 뒤 7경기에 나서 4골을 넣는 괴력을 보이고 있다. 그가 골을 넣은 경기에서 첼시는 모두 승리했다. 리그 재개 뒤 첼시가 여태 치른 8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6승 2패, 이 중 4승에 지루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램파드 감독은 선수들에게 서로를 향해 좀 더 목소리를 내며 유기적인 플레이를 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날 첼시 선수진은 경기장에서 체력 소진, 혹은 지나치게 얼어붙어서인지 충분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더타임스는 “오히려 시끄럽지 않은 선수인 수비수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와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 정도를 빼고는 목소리를 내는 선수가 없었다”고 복기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지루는 이미 이탈리아 세리에A의 인테르 밀란, 같은 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홋스퍼 등으로 이적설이 제기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리그 휴식기 중에도 세리에A 라치오로 이적설이 보도됐다. 램파드 감독이 지향하는 팀 색깔에 비해 발이 느릴뿐더러 역습 위주 공격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지루는 리그 재개를 앞둔 5월 재계약을 맺으면서 팀에 남았다. 램파드 감독으로서는 당시 지루를 놓아주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셈이다.
첼시는 다음 37라운드 경기에서 이미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로 원정경기를 떠난다. 지루는 아스널 시절부터를 합해 지금까지 리버풀을 상대로 총 15경기에 출전, 7골 1도움을 기록한 바 있어 다음 경기 활약을 기대해볼 만하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