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웅과 친일파라는 엇갈린 역사적 평가를 받는 고(故) 백선엽 장군의 안장식이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 10일 그가 별세한 후 국립현충원 안장을 두고 이어오던 찬반대립이 극한에 달한 것이다.
15일 백 장군의 안장식이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장군2묘역에서 엄수됐다. 개식사, 고인에 대한 경례, 추도사, 헌화 및 분향, 하관, 허토(흙을 관 위에 뿌리는 절차), 조포 및 묵념, 참모총장 인사말, 폐식사 순으로 거행된 행사에는 유족을 비롯해 서욱 육군참모총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예비역 장성단체(성우회) 회장단, 역대 참모총장 등이 참석했다. 고인은 6·25전쟁 당시 전투복과 비슷한 미군 전투복을 입고 영면에 들었다.
하지만 엄숙했던 안장식과 달리 대전현충원은 백 장군의 안장 찬반단체 간 대치로 긴장감이 흘렀다. 경찰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420명의 경력을 동원했다.
광복회·독립유공자유족회·민족문제연구소 등은 이날 오전 10시쯤 대전현충원 입구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대전현충원 안장 반대’ 시민대회를 열고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으로 민간인 학살의 주범인 백선엽은 현충원이 아닌 일본 야스쿠니로 가라”고 주장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 유족회와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도 한목소리를 냈다.
그 시각 반대편 인도(유성 방향)에 모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백선엽 장군이 독립군을 참살하거나 동족에게 해악을 끼쳤다는 실체가 없는데도 구국의 영웅을 욕되게 하고 있다”며 “국민 모두에게 추앙받아야 할 분을 매도하는 건 군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맞섰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측은 “호국영령을 파묘하자는 등의 입법 추진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빗줄기 속에서도 마이크를 잡고 구호를 외치거나 차량 경적을 울리며 격하게 대립했다. 특히 안장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이 백 장군의 운구차가 현충원에 들어서자 도로에 뛰어들어 경찰이 급히 제지에 나섰다. 안장식이 열린 장군2묘역에서도 현장을 생중계하던 유튜버가 군·경찰의 통제를 따르지 않아 마찰을 빚기도 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