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외력에 의한 질식사 맞지만 주체 특정 못 해”

입력 2020-07-15 14:02 수정 2020-07-15 14:25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이 15일 오전 항소심 선고공판을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유정 재판’에서 쟁점이 돼 온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다. 의붓아들이 외력에 의해 질식사한 것은 맞지만 고유정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검찰 측의 주장에 대해 공소 사실을 뒷받침할만한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이가 감기약을 먹어 깊이 잠드는 바람에 친부의 다리에 눌렸지만 빠져나오지 못 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친부는 판사가 고유정에 유리한 사정을 계속 언급하자 재판 도중 법정을 빠져나갔다.

광주고법 제주지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왕정옥)는 15일 오전 열린 고유정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에게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남편인 피해자를 면접 교섭권을 빌미로 유인해 졸피뎀을 먹여 살해하고 시신을 손괴·은닉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변명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생명을 침해했고 잔인한 범행 방법과 유족의 고통을 고려할 때 원심 형량이 부족하거나 과도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남편 살인이 우발적이 아니라는 시각도 1심과 같았다.

재판부는 “피고가 전남편과 사이가 안 좋은 상황에서 면접 교섭일 당일만 함께 있으면 됐었음에도 스스로 2박3일 일정으로 펜션에 부부와 아이를 예약한 것은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는 전남편이 성폭행을 하려 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수박을 썰기 위해 들고 있던 칼로 한 차례 찔렀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혈흔 비산 형태와 공간 범위를 볼 때 살인 의지가 충분히 보인다”고 덧붙였다.

“2년만에 어렵게 아들을 만난 아빠가 아들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전부인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피고의 주장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전남편 살해, 손괴, 은닉과 관련해서는 피고의 주장을 일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붓아들의 죽음은 달랐다.

재판부는 외력에 의한 죽음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함께 잠을 자고 있던 친부에 의한 포압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동기가 적은 반면 이후 ‘친부의 차에 수면제 성분 가루를 타 잠들때까지 기다린 후 잠든 친부(당시 현남편) 옆에서 의붓아들의 등에 올라타 10여분간 강하게 머리를 눌렀다’는 검찰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무리한 해석이라는 판단이 든다”며 “당시 두 아이들(고유정 친자, 의붓아들)과 새로운 생활을 꿈꾸던 피고의 상황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양측성 시반이나 사후 경직 상태만으로 의붓아들의 정확한 사망시각 추정이 어렵고, 새벽 시간대 고유정이 휴대폰을 만진 기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피고가 이 시각에 깨어서 집안을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살해 동기 부족과 직접 증거 불충분의 이유로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고유정은 이날 1시간이 넘게 진행된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서서 담담하게 재판장의 판결문 낭독을 경청했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의붓아들 친부는 판사가 고유정에 유리한 사정을 계속 언급하자 재판 도중 법정을 빠져나갔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37)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께 충북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5)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 결심 공판과 같이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한편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고씨가 범죄를 저지를 때 사용한 차량과 도구 등에 대한 몰수형을 추가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