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2조 잡아라…막오른 부산 시금고 쟁탈전

입력 2020-07-15 14:01

한 해 12조원이 넘는 예산을 관리하는 부산시 금고 선정 절차가 시작됐다. 그간 선정 절차와 다르게 이번에는 주금고(1금고)와 부금고(2금고) 교차 지원이 가능해짐에 따라 20년간 지역은행인 부산은행과 국민은행·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간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된다.

부산시는 15일 시 금고 지정 신청 공고를 내고 앞으로의 일정을 확정했다. 금고는 시 일반회계와 18개 기금을 맡아 관리하는 주금고와 공기업특별회계 및 기타 특별회계를 관리하는 부금고로 나눠 선정한다.

시 전체 예산 12조5000억원 가운데 70%를 주금고가, 나머지를 부금고가 관리하게 된다. 지난해 기준 부산시 주금고(일반회계) 예산 예치금액은 10조3046억 원이었고 부금고(특별회계) 예치금액은 2조5966억 원이었다.

시는 오는 22일 금고 지정 설명회를 개최한 후 다음 달 18일 제안서를 접수한다. 이후 금융기관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전성, 예금 및 대출금리, 시민 이용 편의성, 금고 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협력사업, 지역 재투자 실적 등의 항목에 대한 평가를 거쳐 금고를 선정하게 된다.

이번에 금고로 선정된 금융기관은 내년부터 4년간 시 예산을 관리하게 된다. 금고 약정기간은 2021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다.

개정 조례에 따라 올해는 금융기관이 주금고와 부금고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 지금껏 주금고와 부금고가 별도로 경쟁했으나 이번 선정에서 그런 구분을 없앴다. 또 전액 현금으로 출연하는 협력사업비 총액을 공개하도록 했으며 기존 평가항목을 합쳐 지역 재투자 실적 항목을 신설해 평가항목에 포함했다.

20년간 주금고를 지켜온 부산은행은 지역 대표 은행이라는 이미지에 209개 영업점을 갖춘 인프라, 운영 노하우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부산은행은 2001년부터 올해까지 5회 연속 주금고를 관리했다.

국민은행은 시중은행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저렴한 금리를 장점으로 내세우는 한편 캐피탈의 리스 차량 소재지를 부산으로 옮기는 방법으로 지방세 수입에 이바지하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2013년부터 8년째(2회) 부금고를 맡아오고 있다.

부금고를 국민은행에 빼앗기고 시청사에서 점포를 철수해야 했던 농협은행도 금고 경쟁을 준비 중이다. 전국망을 가진 농협은 행은 뛰어난 금고 운영 능력을 내세워 우선 부금고 선정을 주력으로 하고, 주금고 지원도 내부 논의를 거쳐 확정할 방침이다. 농협은행은 2001~2013년 부금고를 관리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