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특보, 박원순에 ‘불미스런 일’ 보고 후 대책회의”

입력 2020-07-15 12:30 수정 2020-07-15 13:18
지난 10일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왼쪽 사진)과 영정. 주민 제공,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지난 8일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이 박 시장에게 해당 사안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특보는 “(피소 1시간30분 전인) 지난 8일 오후 3시쯤 서울시 외부로부터 ‘시장님 관련한 불미스런 일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급하게 시장님 집무실로 달려가 다른 업무 중이던 시장님께 ‘실수하신 게 있으신가’ 물었다”고 14일 한겨레, JTBC 등에 전했다.

그는 “하지만 그때는 성추행 관련 혐의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임 특보는 “당시 시장님은 ‘그게 무슨 소린가’라고 되물었다. 내가 ‘불미스러운 얘기들이 돈다’고 말했더니, 시장님은 ‘바빠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회상했다.

박원순 전 시장은 이날 밤 일부 구청장들과 만찬 일정을 마치고 젠더특보, 법률전문가 등과 함께 서울시 공관에서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의에서는 서울시장 사임 의사까지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회의를 마친 박 시장은 다음날인 9일 오전 10시쯤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선 이후 연락이 끊겼다. 이날 오후 5시17분 박 시장의 딸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에 돌입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딸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기 전 이미 박원순 전 시장 행적을 파악하는 등 수소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청 관계자라는 이가 “9일 북악산 안내소에 오전 11시20분과 정오 등 2차례 전화를 걸어 ‘시장님이 근처에 공사하는 거 보러 가셨는데 공사 현장 갔다가 북악산 안내소 가지 않았냐’고 물었다”고 JTBC에 말했다.

JTBC는 “당일 취소된 박 시장의 일정엔 공사 현장 방문이 없었고, 현장에도 서울시장이 직접 챙겨야 할 공사 현장이 없었다”며 “공사 현장 방문은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다른 이유를 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15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실종 전날 고소 사실을 인지하고 회의를 진행한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 부분은 젠더특보만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라 어떤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 민간합동조사단에 의해서 밝혀질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