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린 여중생이 학교에서 배워 익힌 심폐소생술(CPR)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50대 아버지의 목숨을 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조선대부속여자중학교 1학년 박채이(13)양이 아버지의 신음소리를 들은 것은 지난 6일 오전 7시30분쯤. 코로나19 장기화 탓에 원격수업 준비를 위해 광주 동구 산수동 자신의 방안에서 컴퓨터를 켜고 앉아 있던 박 양은 직감적으로 아버지를 떠올렸다.
어머니가 아침 일찍 집을 비우시고 아버지 혼자 집에 남아 계셨기 때문이다.
거실로 나간 박 양은 혼자 쓰러져 있는 아버지를 발견했지만 순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평소 건강하던 아버지가 거친 호흡을 내쉬며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을 가다듬은 박 양은 119에 먼저 신고를 한 후 119구급대가 올 때까지 침착하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학교 보건수업 시간에 배운 심폐소생술을 떠올리며 아버지의 호흡이 되살아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심폐소생술을 반복하기를 수차례.
박 양은 가슴 중앙 흉골 아래에 두 손을 포개 깍지를 낀 뒤 체중을 실어 가슴을 압박하는 동안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얼마 후 도착한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아버지는 다행히 병원에서 72시간 만에 깨어났다.
박 양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갈비뼈 손상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목숨을 스스로 살려낸 것이다. 아버지는 코로나19로 운영 중인 숙박업소의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학급회장으로서 리더십이 강해 평소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어온 박 양에게 병원 관계자들은 “박양의 신속한 심폐소생술로 인해 골든타임 5분을 소모하지 않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딸의 도움 덕분에 목숨을 건진 아버지는 현재 재활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박 양은 “학교에서 배웠던 심폐소생술이 아버지의 목숨을 살려낼 줄은 몰랐다”며 “아버지가 조금씩 회복되고 계셔서 정말 다행이다”고 말했다.
조대여중 송호성 교장은 “교직원·학생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교육 등 응급처치 교육을 매년 의무적으로 1회 이상 실시하고 있다”며 “혹시 모를 응급 상황에 대응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체험·실습 중심 응급처치 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