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월세 시대다. 국제적 스탠다드에 맞춰 국내 특유의 주거 형태인 전세 제도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은 공공연히 전세 제도가 가진 자들의 투기를 더욱 쉽게 만들어주는 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월세 시대에 적응해내야 한다.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에서 전세 아파트가 월세나 반전세로 바뀌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월세로 전환하면 보유세 부담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세금 인상분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여지가 있다.
우선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서포·송파 등 강남 3구와 마포·용산·성동구(마용성) 등을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먼저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7·10대책 이후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겠다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종부세가 올라 세금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월세로 돌려야겠다고 해서 전세 물건을 반월세로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로 아파트를 내놨던 다주택 보유 은퇴자가 월세로 돌리겠다고 전화했다”며 “소득은 없는데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크게 올라 걱정이라며 월세를 모아 세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세 재계약을 서두르고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받기도 한다. 압구정동에서는 현대아파트 전용 84㎡ 전세가 2년 전 보증금 6억원 정도 하던 것이 지금은 8억∼8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2년 전 6억원에 전세를 놨던 집주인은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월세를 90만원 더 받기로 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7·10대책 발표 당일 마포구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전용 84.9㎡는 보증금 3억원, 월세 140만원에 반전세로 계약이 이뤄졌다. 5월 보증금 8억7000만∼9억원에 전세 4건 계약이 이뤄진 것과 다른 모습이다. 마포구의 한 공인 대표는 "보증금 1억원당 30만원 수준으로 계산해 월세를 받아 세금을 해결하려 한다"며 "다주택자들이 정부 의도대로 집을 팔기보다는 보유세 인상분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갑자기 전환할 때 지나치게 월세를 높게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전월세전환율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3.5%를 더한 만큼만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인데 현재 기준금리가 0.5%여서 전월세전환율은 4.0%다.
때문에 보증금 5억원짜리 아파트 보증금을 1억원으로 낮추고 반전세로 돌리면 4억원의 4%인 1600만원의 12분의 1인 133만원을 월세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집주인이 이런 계산식을 무시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과태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세입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뿐이다. 소송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한국감정원 기준 서울 전셋값은 7·10 대책 발표 이전까지 54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향후 전세 품귀 현상으로 전셋값 통계보다 월셋값 통계가 중요할 듯 하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