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조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의 SNS 글이 1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고 있다. 이 네티즌은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에게 “죽음으로 속죄하지 않았느냐”고 하거나, 서울시장장으로 진행된 장례 절차의 비화를 털어놨다. 각 커뮤니티에서는 “명백한 2차 가해” 또는 “고인의 마지막 길을 전해줘 고맙다” 등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글 작성자인 B씨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나의 외삼촌 박원순 시장은 절대 그럴 위인조차 못 된다”며 “여자 문제에 관한한 젊어서부터 반푼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남성 중심 한국사회가 얼마나 힘든가”라며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는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는 순간이 있다. 그 시점에 누군가 잡아줬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청에 ‘어공(어쩌다 공무원)’들만 100명에 가깝다는데 그들이 왜 시장의 힘든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아마도 그 순간 비서가 잡아준 듯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B씨가 박 전 시장의 실제 조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보다 앞서 작성한 글에서는 “죽음으로 속죄하지 않았느냐. 더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며 “당신 주장이 100% 사실이 아니고, 혹여 당신의 헛된 욕심이 개입됐다는 사실이 수사결과로 밝혀지면 당신은 어떻게 속죄할 것이냐”고 했다. 아울러 “4년간 권력이 무서워 참았다고?”라며 “왜 하필 발인날 그렇게 했는지도 책임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박 전 시장의 장례 절차와 관련한 이야기들도 전했다. 그는 ‘나는 박원순의 장조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고인의 아들 주신이가 오기 전까지 상주 역할을 했다”며 “정치인들, 고위 관료들,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종교계 등 각계 인사들이 조문을 왔지만 농부들, 젊은 신혼부부, 노인들, 남루한 옷차림의 외국인 등도 찾아와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또, 논란이 많았던 서울시장장과 관련 “유족은 애초 가족장으로 조용히 마치려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의원 한 분이 ‘그렇게 보내드릴 수 없다’며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면서 “그 의원님 눈가가 촉촉했다. 정치적 후유증이 클 거라고 했지만 민주당이 짊어질 문제라고, 시민들과 시장님 지지자들에게 마지막 인사할 기회는 드려야 한다더라”고 했다.
B씨의 글은 트위터 등 SNS, 온라인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블로그로 확산됐다. 일부 네티즌은 “글 감사하다” “또 눈물이 난다”고 했지만, 글 내용의 대부분이 비서 A씨에 대한 비판인 점 등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앞서 A씨는 13일 기자회견에서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를 통해 피해 내용을 밝혔다. 그는 2017년 비서실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부터 성추행이 시작됐다며,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에서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텔레그램으로 속옷만 입은 자신의 사진이나 음란한 메시지도 보내왔다고 한다.
이날 A씨 측은 장례 절차가 끝난 당일 기자회견을 연 것에 대해 온·오프라인상에서 2차 가해가 확산되고 있어 입장을 밝혀야만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신상털기’ ‘무분별한 비난’ 등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 겪은 2차 피해와 관련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경찰은 14일 오전 A씨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진행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