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유학생 비자 취소 철회에 합의
5만명 한국인 유학생 일단 안도
꺼진 불 아냐…신입생으로 타깃 좁힐 것 우려도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가을 학기에 모든 수업을 100%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하겠다는 이민정책을 8일 만에 취소했다.
미국 대학들의 반발에 백기를 든 것이다. 이에 따라 5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한국인 유학생들은 일단 마음을 놓게 됐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 입학하는 외국인 신입생들로 타깃을 좁혀 온라인 수강에 관한 비자 제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완전히 꺼진 불은 아니라는 얘기다.
앨리슨 버로스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이날 “미국 정부와 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대(MIT)는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는) 유학생 비자 취소 조치를 철회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버로스 판사는 이어 “과거 규정이 다시 효력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과거 규정이란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 3월 발표한 것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외국인 유학생들이 온라인 수업만 받아도 비자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조치를 의미한다.
미국 명문 하버드대와 MIT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했던 유학생 비자 취소 조치 집행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날 열린 법원의 첫 심리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후퇴를 결정했다. 법원 심리도 4분이 안 돼 끝났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는 전격적으로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철회했다”고 지적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6일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학교에 다니는 F-1 비자(학생 비자)와 M-1 비자(직업 훈련 비자)에 대한 비자를 취소하고 신규 비자 발급도 중단한다고 밝혀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이 조치가 시행됐을 경우 모든 수업을 100%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미국 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에 돌아오거나, 대면 수업을 하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거나, 학생 신분을 바꿔야 하는 위기 상황에 놓일 뻔 했다.
그러나 하버드대와 MIT는 코로나19로 인한 유학생들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고, 유학생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다. 다른 200여개 미국 대학들도 힘을 보탰다.
특히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 미국 IT기업들이 “국제 유학생들은 미국의 미래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면서 하버드대와 MIT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매사추세츠주 등 17개주 법무장관이 이번 정책에 반대하는 별도의 소송을 제기해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 비자 문제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은 CNN방송에 “백악관 내부에서도 이번 정책이 잘못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현재 백악관은 이미 미국에 있는 유학생보다는 신입생들에게만 그 규정을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백악관과 국토안보부가 대상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새로 등록하는 유학생에게만 적용하는 제한적인 조치가 하나의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제교육연구소(IIE)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고등교육기관(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109만 5299명이며, 한국인 유학생은 4.8% 수준인 5만 2250명으로 추산됐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