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첫 인체시험 성공적…트럼프, 대선 위해 ‘가짜’ 특효약 우려 여전

입력 2020-07-15 09:17 수정 2020-07-15 10:54
“코로나19 백신 첫 인체시험, 성공적 결과”
미국 정부 관계자 “여름 끝날 무렵 백신 생산”
“트럼프, 검증 안 된 백신 강행” 배제할 수 없어
빠른 개발 위해 ‘절차’ 건너 뛰면서 안전성 우려도

미국 생명과학기업 모더나가 지난 3월 16일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연구소에서 신종 코로바이러스감염증 백신 시약을 인체 임상시험 참가자에게 투여하는 모습. AP뉴시스

트럼프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희망적인 소식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생명과학기업 모더나와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가 공동으로 실시한 첫 인체 임상시험에서 실험 참가자 45명 모두에게서 항체가 형성되는 성공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13일에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올해 여름에 끝날 즈음에 백신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이 올해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 이전에 개발될 경우 도널 트럼프 대통령에겐 엄청난 호재다.

그러나 세계적인 생명과학기업들의 백신 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코로나19 백신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끊이질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학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거나 시간 단축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를 건너뛰면서 안전성에 의심이 드는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더나와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가 공동으로 실시한 첫 인체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백신 모델이 안전하며 실험 대상자 45명 모두에게서 항체가 형성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WP가 보도했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공개된 이번 시험 결과에 따르면 시험 참가자 중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한 사람은 없었다. 다만, 약물을 2차례 투여 받거나 많은 양의 투여를 받은 대상을 중심으로 절반 이상이 피로감, 두통, 오한, 근육통 등 경미한 증상을 나타냈다.

백신을 두 차례 투여한 사람은 코로나19 회복자에서 볼 수 있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평균치 이상의 중화항체를 형성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모더나는 3만명이 참가하는 3단계 임상시험을 오는 27일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좋은 소식”이라고 반겼다. 파우치 소장은 “첫 단계는 항체를 만드는 것”이라며 “얼마나 이것(항체)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중요한 질문이지만 당신이 항체를 갖고 있는 한 좋은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대선 이전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최고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우리는 올해 여름이 끝날 즈음에는 (코로나19 백신을) 활발하게 생산하게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우리는 4주∼6주 뒤에 백신 (생산을 위한) 재료들을 제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간표대로 절차가 진행될 경우 미국에선 늦어도 8월 중순까지는 백신 재료들이 생산되고, 늦여름이나 초가을에는 백신 완제품이 제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전문매체인 폭스비즈니스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경우 대선 판도가 트럼프 대통령에 유리할 국면으로 뒤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주식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미국 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는 길은 아직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심의 시선도 여전하다. WP는 지난 12일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의학적 효과가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백신 생산을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유력 일간지인 보스턴글로브도 14일 ‘정치가 코로나19 백신을 위태롭게 만든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에서 백신이 우리들을 자유롭게 만들 가능성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보스턴글로브는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백신을 최초로 생산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미국은 과거 냉전 시기에도 소아마비와 천연두 백신 개발을 위해 러시아와 협력을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해 국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스턴글로브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재촉하면서 안전성과 관련해 부실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대중적 신뢰를 위해 과학자들과 규제기관 관계자들은 백신 연구의 과정과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투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