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 백기 든 영국…“화웨이 5G 장비 완전 제거”

입력 2020-07-15 06:00 수정 2020-07-15 06:00

영국 정부가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퇴출하기로 했다. 이미 사용 중인 장비도 2027년까지 완전히 제거할 계획이다. 한국과 스웨덴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영국을 따라 화웨이 장비를 퇴출하고 영국 5G 통신망 구축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이같은 정부 결정을 발표했다.

다우든 장관은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영국 통신 네트워크와 국가 안보, 경제를 위해 지금은 물론 장기적으로도 옳은 결정”이라며 “다음 총선 때까지 우리 5G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완전히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같은 결정을 번복할 수 없도록 관련 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말 이후 5G와 관련된 정부의 화웨이 장비 구매가 전면 중단된다. 기존에 설치된 장비는 2027년까지 제거된다.

영국이 직접적으로 화웨이를 겨냥해 퇴출 조치를 취한 데에는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며 화웨이에 미국산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등 제재를 가해왔다. 미국의 기술을 활용하는 해외 기업도 화웨이에 특정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국은 더 나아가 화웨이와 중국 공산당의 유착 관계를 의심하며 영국 등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해왔다. 화웨이를 사용하는 국가와는 정보 공유를 중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영국이 화웨이 장비를 5G 시장에서 전면 퇴출함에 따라 미국은 환영 의사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중국은 “영국이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면 중국 기업의 영국 투자가 중단될 수 있다”고 압박해온 만큼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영국 정부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들이 차례로 화웨이 장비를 퇴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삼성전자와 스웨덴 에릭슨, 핀란드 노키아 등이 화웨이 대신 영국 5G 통신망 구축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