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에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뒤늦게 국민에게 사과했다. 앞서 각종 미투 의혹에 목소리를 내왔던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박 전 시장 관련 의혹에 침묵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진영 논리에 빠져 젠더 이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14일 성명서를 내고 “(피해를 호소한) 당사자의 인권 보호는 물론 재발방지를 위해 서울시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서울시는 피해 호소 여성의 입장을 고려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피해 호소인이 ‘직장 내에서 도움을 요청했으나 묵인당했다’고 하는 만큼 꼭 필요한 조치”라며 객관적인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여성 의원들은 “잇따른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시정에 차질을 빚고 국민께 큰 실망을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안심하고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공공기관 내 성희롱 성추행 관련 예방 조사 구제 피해자 불이익 금지 제도화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또 전국 자치단체장을 포함해 전체 지역위원회의 성비위 관련 긴급 일제점검을 당에 요구했다. 이날 성명서는 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의 제안에 따라 여성 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피고소인이 없는 상황에서 진상조사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 등을 들어 진상조사에 관한 당 차원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여성 의원들이 요구한 조사 주체도 서울시다. 민주당에선 현재까지 박용진 의원 정도만 당 차원의 진상 파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냈다.
박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충격적이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하고 무책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당 차원의 진상 파악과 대책이 마련돼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국민의 실망이 큰데 당이 그동안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성 평등 교육 등이 형식적 수준에 그쳤던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