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교수들이 공모해 동료 교수의 딸을 대학원에 부정 입학시켰다가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딸의 아버지는 고위 보직교수로 학내에서 상당히 영향력 있는 인물로 전해졌다. 교수들은 지원자 16명 가운데 15명을 떨어뜨리고 교수 딸 한 명을 선발하기 위해 군사 작전처럼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14일 공개한 ‘연세대 종합감사 결과’에는 교수 딸의 순위가 어떻게 수직 상승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문제의 전형은 ‘2016학년도 후기 연세대학교 대학원 입학전형(일반)’이었다. 1명 선발에 16명이 지원했다.
‘아빠 찬스’는 1차 서류평가부터 힘을 발휘했다. 서류평가는 학점 등을 보는 정량점수가 105점, 평가자의 주관(학생의 잠재력 등)이 개입하는 정성점수가 95점으로 200점 만점이었다. 교수 딸은 정량점수에서 9등을 했다. 학점이 상대적으로 낮고 학부 전공도 모집 분야와 달랐다. 9등이면 8등까지 기회가 주어지는 구술시험으로 넘어갈 수 없다.
교수들은 정량점수는 손댈 수 없으니 정성점수를 조작해 교수 딸을 5등으로 만들었다. 교수 딸보다 순위가 높은 5~8등의 정성점수를 낮게 주고 교수 딸에게는 만점을 줘 순위를 역전시켰다. 9등이었던 교수 딸에게만 정성점수 만점을 주면 의심을 살 수 있으니 10~11등에게도 만점을 주는 치밀함을 발휘했다. 어차피 9등 아래는 정량점수가 낮아 정성점수 만점을 주더라도 교수 딸을 앞설 수 없었다.
서류평가 평가위원은 모두 7명이었다. 점수 조작은 A교수 주도로 이뤄졌다. A교수는 다른 평가위원 5명으로부터 평가를 사실상 백지 위임 받았다. 평가위원 5명은 지원자들의 구체적인 점수를 표기하지 않고 평가서를 A교수에게 제출했다. 평가위원 한 명은 서류평가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A교수는 조교에게 지시해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인원까지 모두 7명이 평가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구술시험은 B교수가 주도했다. B교수는 서류평가 위원이기도 했으니 A교수에서 B교수로 바통이 넘어간 셈이다. 구술시험 평기위원 5명은 B교수에게 선발 우선권을 넘기기로 합의하고 구술시험을 진행했다. B교수는 구술시험 뒤 다른 평가위원들에게 교수 딸을 뽑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후 채점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나 다름 없었다. 교수 딸에게는 100점 만점(전공지식 40점, 열정과 진지성 30점, 적성 30점)을 줬다. 서류평가 1등에게는 47점, 2등에는 63점을 줬다. 그러자 5등이었던 교수 딸이 1등으로 올라서게 됐다. 서류평가 1등과 2등은 고배를 마셨으나 2등은 나중에 추가 합격자로 선발됐다.
교육부는 감사로 밝히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특히 딸의 합격 과정에 고위 보직교수인 아버지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수들이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가담한 보기 드문 사례”라면서 “그동안 연세대가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던 점이 교수들이 이런 대담한 일을 벌인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