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올해 발행한 방위백서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이 자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16년째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명기하는 등 한국에 대한 홀대를 이어갔다.
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주재 각의(국무회의)를 통과한 2020년도 방위백서에는 “핵무기 소형화·탄두화를 실현한 북한은 핵을 탄도미사일에 실어 우리나라(일본)를 공격할 능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표현이 새로 담겼다. 일 방위성이 지난해 방위백서에 “핵무기 소형화·탄두화 실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기술했던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위협을 한층 더 현실적인 위협으로 명시한 것이다.
2018년 방위백서에서는 “핵무기 소형화·탄두화 실현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에 대한 표현 수위를 매년 높이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일본에 중대하고 절박한 위협”이라는 표현도 그대로 유지됐다.
일본 정부가 이토록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는 이유는 아베 내각이 추진 중인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논의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내각은 최근 미국의 지상배치형 탄도미사일 요격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도입이 기술적 문제로 백지화되자, 그 대안으로 선제 타격 개념이 포함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만들어진 평화헌법이 일본의 교전권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위협을 부각하는 것은 적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본 자위대를 선제 타격도 가능한 능동적 군대로 전환시키기 위한 ‘명분 쌓기’로 읽힌다. 장기적으로 평화헌법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가능국가로 만들려는 일본 집권세력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진다.
한국에 대한 홀대는 올해 방위백서에서도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이번 백서에서 자국 주변의 안보 환경을 설명하며 “일본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쿠릴 4개 섬의 일본식 표현)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도발은 고미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인 2005년 이래 16년째다.
백서는 양자 방위 협력대상 국가 관련 기술에서도 한국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번째로 소개했다. 호주, 인도, 동남아 10개국 다음으로 한국이 등장한다. 2018년까지는 한국을 호주 다음 두 번째로 소개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방위백서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 항의하고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이날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