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코로나 내년 말까지…‘위드 코로나’ 대응해야”

입력 2020-07-14 16:4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웨비나(Webinar) 형태로 진행된 '2020 하반기 VCM'에 참석해 회의를 이끌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애프터(after) 코로나’를 전망했으나 ‘위드’(with) 코로나가 내년 말까지 계속될 것 같다. 뉴노멀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찰하고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시간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4일 서울 송파구·중구·영등포구 3곳에서 화상회의로 ‘뉴노멀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 회장은 이날 VCM에서 코로나19 상황이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롯데그룹의 코로나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효율성 제고, 세계화에 대한 재검토, 계열사 간 시너지와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신 회장은 현재 경제상황에 대해 “지난해 대비 70~80% 수준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70% 경제’가 뉴 노멀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각 계열사 대표이사(CEO)들에게 “70% 경제 시대에 살아남을 길을 찾기 위해 업무상 효율성을 높이는 게 CEO가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불안정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신 회장은 “1998년 IMF, 2008년 리먼 쇼크는 1~2년 잘 견디면 회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며 “생산 최적화를 위해 많은 생산시설이 해외로 나갔지만, 지금은 신뢰성 있는 공급망 재구축이 힘을 받고 있고 투자도 리쇼어링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미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펼쳐왔던 롯데의 해외 사업 진행 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국내 사업의 경쟁력 강화도 주문했다. 지난 5월 중순부터 신 회장은 매 주말마다 서울과 수도권 등 전국의 롯데 사업장들을 방문해 현황을 점검해 왔다. 그는 “어려울수록 본업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경제상황이 어렵다고 너무 위축되지 말고,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업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 달라”고 했다.

재계 서열 5위인 롯데는 최근 몇 년 동안 위기 상황을 겪어 왔다. 2016년 중국 사드 보복,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올해 코로나19까지 거듭 악재를 만났다. 코로나19를 내년 말까지로 전망하면서 어두운 분위기가 걷히지 않았지만 신 회장은 “성찰의 시간으로 만들어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고 다독였다.

그는 19세기 영국 총리 벤저민 디즈레일리의 “최선을 기대하며, 최악에 대비하라”는 표현을 인용하며 “위드 코로나가 2~3년 계속되겠지만 이 기간 우리 내부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롯데 VCM은 사업 부문별 계열사 대표이사 등이 모여 중장기 성장전략과 시너지 창출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로 매년 2차례씩 진행된다. 그동안 약 4~5일 동안 회의가 진행됐으나 올해는 이날 하루로 마무리 됐고 송파구·중구·영등포구 3개 거점별 회의실에서 웹 세미나 형태로 열렸다. 신 회장과 롯데지주 대표이사와 임원, 4개 BU장과 임원, 계열사 대표이사 등 90여명이 참석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