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없어지는 것보다는…” 130원 오른 최저임금 속사정

입력 2020-07-14 16:33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왼쪽)이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브리핑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2021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8590)원보다 130원(1.5%) 인상된 수치다. 월 209시간 노동시간에 대한 월급으로 환산하면 182만2480원으로 전년보다 2만7170원 많다. 위원회에 따르면 인상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규모는 적게는 93만여명에서 많게는 408만여명 정도다.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 소상공인들과 시간제 노동자들은 역대 가장 적게 오른 최저임금에 대해 미묘하게 다른 입장을 내놨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이 소폭으로 올랐다는 데에는 안도하면서도 인상 사실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서울 노원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유모(41)씨는 “소폭 인상도 자영업자들에게는 심리적 타격이 온다”면서 “큰 폭 상승은 아니라지만 인건비라는 가장 큰 짐이 더 무거워진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구로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박모(58‧여)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긴급재난지원금 특수도 끝나가 내심 동결을 바랐다”고 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이날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영세 자영업자를 낭떠러지로 떠미는 격”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임대료 상승 등에 대비한 가격 인상이 어려워졌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경기도 광명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9‧여)씨는 해장국 가격을 1000원 정도 올리려다 그만두기로 했다. 김씨는 “최저임금도 이렇게 적게 오르는데 가격을 올리면 눈치가 보일 것”이라며 “매년 오르는 임대료는 최저임금과 연동되지 않는데 어쩌나 싶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노동자들은 소폭 상승에 아쉬워하면서도 매해 이어졌던 해고나 근무시간 단축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도하는 분위기다. 성동구의 한 옷가게에서 일하는 신모(24‧여)씨는 “지난 2~3월 일자리를 구하기 너무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월급 인상보다는 해고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면서 “큰 폭으로 올랐으면 더 뒤숭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에 있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최모(30)씨 역시 “계산해보니 일주일에 4000~5000원 더 받는 셈이라 지난해 같이 근무시간이 줄어들 만한 염려는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웠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확실히 무산된 것 아니냐는 실망감 섞인 반응도 있었다. 영등포구 한 고깃집에서 일하는 박모(23)씨는 “내년이 정부가 내세운 최저임금 1만원 목표시점인데 실망스럽다”면서 “최저임금 130원 인상으로는 지갑에 들어오는 돈에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의결한 최저시급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한다. 이재갑 장관은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황윤태 송경모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