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의 해양자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완전히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유엔 중재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주장해온 미국이 불법이란 용어를 사용함에 따라 향후 남중국 영유권 분쟁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또 중국 기업의 미 증시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회계감사를 완화해주던 조치를 폐지하는 등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남중국해 대부분의 해양 자원들에 대한 중국의 주장은 그것들을 통제하기 위해 괴롭히는 행동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불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중국해에서 우리는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국제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바다의 자유를 수호하며, 분쟁 해결을 위해 강압이나 무력을 사용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위협을 통해 남중해 연안국들의 주권을 훼손하고 일방적 지배를 주장하면서 공동 이익이 전례 없는 위협을 받고 있다”며 “중국은 이 지역에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강요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0년 양제츠 당시 중국 외무장관이 아세안 외무장관들에게 “중국은 큰 나라이고 다른 나라는 작은나라다. 이는 팩트다”라고 했던 말을 거론하며 중국의 약탈적 세계관은 21세기에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등과 중국의 영유권 분쟁과 관련, 중국의 주장을 거부한다고 그는 말했다.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만장일치로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중국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판결한 것도 거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세계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국의 해양 제국으로 삼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해양 자원에 대한 주권을 보호하는 데 동남아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충돌하면 동남아 국가 편을 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은 남중국해 해변을 따라 U자 형태의 구단선을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인공섬 건설 등으로 군사 기지화해 남중국에 연안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서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뒤집고 중국과의 또 다른 전선에서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또 중국 기업의 미 자본시장 접근을 규제하기 위한 추가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회계감사와 관련해 2013년 미·중이 체결한 ‘강제집행 협력 합의’를 곧 폐기하기로 했다. 이 합의는 한쪽이 해지를 통보하면 30일 뒤 종료된다.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양해각서(MOU) 형태로 체결한 이 합의는 내부 정보 공개를 꺼리는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진입을 촉진해왔다.
조사 대상 중국 상장기업에 PCAOB가 해당 기업을 감사한 문건을 중국 규제 당국인 CSRC로부터 건네받는다는 게 합의의 골자다.
미국은 당초 베일에 싸인 중국 금융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지만, 이 조치는 중국 기업들이 투명성을 높이기보다 미국 공시 규정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PCAOB는 중국 회계법인들을 감사할 수 없었고 중국 당국은 자국법이나 자국 이익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해 중국 상장사들의 회계를 파악할 수 없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은 “미국인 주주들이 위험해지고, 미국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고, 미국의 탁월한 금융시장 표준이 침식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며 “이는 국가안보 문제”라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은 해당 합의를 “중국 기업이 금융 투명성과 책임성을 위한 미국 법규를 대놓고 위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