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 제2의 도약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요. 이제 점점 ‘소년’을 벗어나 ‘성인 남자’ 얼굴이 돼가는 걸 느끼고 있어요. 많은 것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1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강동원(39)은 이렇게 말했다. 15일 영화 ‘반도’ 개봉을 앞두고 마련된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내년이면 마흔이 되는 그는 “배우로서 새로운 방향성들이 보이는 요즘”이라며 “그 시작이 ‘반도’이고, 또 남은 연기 인생에서 많은 것들이 바뀔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부산행’의 4년 뒤 이야기를 그리는 연상호 감독의 ‘반도’는 좀비들의 소굴이 된 반도에서 벌어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이후)를 박진감 넘치게 풀어냈다. 총제작비 190억원에 걸맞은 카체이싱과 총격전, 이질적인 서울 주요 거리들의 모습이 간단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 액션의 중심에 강동원이 있다. 전직 군인 출신 정석 역의 그는 거액의 달러가 든 트럭을 가로채기 위해 가까스로 탈출했던 좀비들의 나라 반도로 다시 뛰어든다. 강동원은 “좀비 배우들이랑 합을 맞추는 게 특히 힘들었다”며 “좀비 배역들은 자기방어가 불가능한 설정이라 그분들이 다치지 않도록 더 신경을 써야 했다”고 떠올렸다.
과거 ‘군도: 민란의 시대’(2014)나 ‘전우치’(2009), ‘인랑’(2018) 등에서 각종 무술을 경험했던 그이지만 첫 좀비물은 또 달랐다. 강동원은 “‘인랑’에서는 무거운 갑옷과 총에 힘들었는데 이번 영화는 감정이 들어가는 액션신이 많았다”며 “정석이 분노해서 싸울 때가 쉽지 않았다. 흥분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냉정함을 유지해야 했다”고 전했다.
1000만 영화이자 K좀비의 시대를 연 ‘부산행’의 속편이라는 점에서 부담도 적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은 뒤에는 생각이 뒤바뀌었다. 국내에선 그간 볼 수 없었던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였던 데다 강자가 아닌 약자들이 연대해 좀비라는 거대한 악의 은유와 싸운다는 설정에 매료됐다.
강동원은 “여성들이 주축이 된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 특히 아이들이 어른을 구하는 서사도 그동안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악당을 물리치고 그런 점이 무척 새롭게 다가왔다”며 “정석은 오히려 다른 캐릭터를 히어로로 돋보이게 해주는 캐릭터였다”고 설명했다. 극에서 민정(이정현)과 딸 준이(이레), 유진(이예원)은 대형 트럭을 몰고 다니며 좀비들을 날려버린다.
올해 칸 영화제 공식 초청된 ‘반도’는 아시아·유럽 등 총 185개국에 선판매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침체한 극장을 되살릴 구원투수로 여겨지는 영화는 국내 예매율도 1위를 달리고 있다. 강동원은 “영화관을 ‘반도’ 개봉에 맞춰 재개하는 나라도 있다고 하더라. 세계적인 관심이 쏠려 신기하다”면서 “마스크를 쓰고 가만히 앉아있는 극장은 꽤 안전할 장소일 수 있다고 본다. 안전하게, 또 재밌게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도’가 ‘1987’ 이후로 ‘인랑’ 등으로 부진한 성적을 거뒀던 그에게 전환점이 될지도 관심사다. 늘 새로운 이야기들에 끌린다는 강동원은 새로움엔 위험 부담이 따르기도 한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며 “그럼에도 익숙한 것에 새로움을 더한 이야기들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언제나 목표한 데로 이뤄지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 것 같아요. 다만 무서워서 시도조차 않으면 새 영화도 나올 수 없고 새 이야기도 발굴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기대해주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