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만 억울” 당진 자매 살인 후 찍힌 블랙박스

입력 2020-07-14 15:43 수정 2020-07-14 15:47
피의자 A씨가 훔쳐 탄 C씨의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모습. 접촉사고 직후 트렁크에서 명품가방을 꺼내 사라지는 장면이다. 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여자친구와 그 언니를 살해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만취 상태로 인한 심신미약과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게시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14일 충남 당진경찰서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달 25일 오후 10시30분쯤 당진시 송산면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피의자 A씨(33)는 현장에서 자신의 여자친구 B씨를 목 졸라 살해했고 이후 같은 아파트에 사는 B씨의 언니 C씨 집에 숨어들었다. 그리고는 이튿날 새벽 퇴근하고 돌아온 C씨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C씨의 차량과 명품가방, 신용카드 등을 훔쳐 울산 지역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교통사고를 내 도주했고 이 과정에서 C씨의 신용카드로 현금 580만원을 인출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카드 비밀번호는 살해 전 C씨를 위협해 알아낸 것으로 조사 당국은 보고 있다.

또 JTBC가 입수해 13일 공개한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A씨가 난폭하게 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를 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차를 세운 그가 트렁크에서 C씨의 명품가방을 꺼내 들고 사라지는 장면도 담겨있다.

경찰은 “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피해자 가족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섰고 현장에서 자매의 시신을 각각 발견했다. A씨가 붙잡힌 건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지난 2일이다.

유족 측이 올린 국민청원 글. 14일 오후 3시40분 기준 1만2080명이 동참했다.

A씨는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시인했다. 여자친구인 B씨와 다투다 살인을 저질렀으며, 도주 자금을 마련하고자 C씨 집을 찾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다만 B씨는 술김에, C씨는 앞선 범행을 신고할까 두려워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은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충남 당진 자매 살인사건 용의자 신상공개와 처형을 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원통함을 드러냈다. 글쓴이는 “무고한 자매가 정신이상자로부터 살인 당했다. 하루아침에 부모는 자식 둘을 잃었고, 아이들은 엄마를 잃었다”며 “가해자는 ‘나는 정신질환자라 감형될 것’이라고 말했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신상공개가 없다면 죽은 사람만 억울해질 뿐”이라며 “또 이런 일이 내게, 내 지인에게, 내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다. 강력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이 더 강력해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