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이명희 ‘상습폭행’ 1심 집유…“성찰할 기회 필요”

입력 2020-07-14 14:58 수정 2020-07-14 18:36
직원들을 상습 폭행·폭언한 혐의로 기소된 고(故)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71)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경비원과 운전기사 등을 상습적으로 폭행·폭언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3부(부장판사 권성수)는 14일 상습 특수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이 전 이사장은 피고인석에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재판장의 선고문 낭독을 들었다. 그는 지난해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채용’과 ‘명품 밀수’ 사건 항소심에서 각각 집행유예를 확정 받았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11월~2018년 4월 경비원 등 직원 9명을 상대로 22회에 걸쳐 욕을 하거나 손을 때려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자택 출입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경비원에게 조경용 가위를 던지거나 차에 물건을 제대로 싣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전기사를 발로 차 다치게 하는 등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이사장 측은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했지만 상습성은 없었다고 항변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폭력행위가 수년간 지속돼 단순히 우발적인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이 전 이사장 측 주장을 일축했다. 이 전 이사장이 쉽게 화내는 습성을 가졌다는 의사 진단에 대해서도 “순간적이고 충동적 범행으로만 볼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의 범행에 대해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피해자들이 대기업 회장의 배우자였던 이 전 이사장의 부당한 폭력행위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었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이 범행을 대부분 인정하고 피해자 모두와 합의한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공감하고 성찰할 기회를 가질 필요성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배경을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