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 간 법정 다툼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오는 29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분쟁해결기구(DSB) 회의에서 1심 격인 패널이 자동 설치될 예정이라고 산업통상자원부가 14일 밝혔다. 1심 재판부 격인 패널위원 선정을 두고 일본과의 치열한 신경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통상 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는 29일 개최가 유력시되는 DSB 회의에서 일본 수출규제 관련 DSB 패널 설치 안건이 2번째로 올라와 있다”며 “패널 설치를 하지 않기로 모든 회원국이 합의하지 않는 이상 (자동으로 패널 설치가) 채택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DSB 회의에서 정부는 패널 설치를 요청했지만, 피소국인 일본이 거부해서 패널 설치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패널 설치가 결정되면 패널위원 3명 선정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분쟁 당사국은 각자 선정 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맞춰 패널위원 후보자 3명을 WTO 사무국에 추천해야 한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아직 누구를 추천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패널위원 선임 과정에서 양 당사국 간 의견 조율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만 대개 5~6개월이 걸린다.
양국이 끝내 패널위원 추천을 두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면 WTO 사무총장이 직접 나서서 위원을 추천하기도 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지금은 최종 중재 역할을 해야 할 사무총장이 호베르투 아제베두 전 총장의 사퇴로 공석이 되면서 패널위원 선임을 둘러싼 양국 간 신경전이 장기화할 수 있다.
1심 재판 격인 패널 보고서는 내년 여름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패널 보고서는 패널 설치 이후 10~13개월 안에 나온다. 1심 판결 격인 패널 보고서에서 일본의 WTO 규정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최종적인 판정은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최종심 격인 상소기구(AB)가 현재 상소위원이 1명뿐인 ‘식물’ 상태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를 꾸리기 위해서는 최소 3명의 상소위원이 있어야 하지만, 미국이 절차상 하자 등을 이유로 상소위원 선임 절차를 거부하고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