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대선 시계 빨라졌다…대권 준비 사실”

입력 2020-07-14 14:39
원희룡 제주지사가 14일 제주도청 소통회의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차기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며 “어떤 비전과 어떤 프로그램으로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를 구상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타 지역 언론을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지 두달여만에 제주에서 직접 대권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원 지사는 14일 제주도청 소통회의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권 행보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선 도전을 위해 기초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원 지사는 “4월 총선 이후 대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고 느낀다”며 “대선 출마를 확정하기까지 과제도 많아 (대통령 후보로서 국정 운영의)비전이 갖춰지면 도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리겠다”고 했다.

원 지사는 취임 2주년 첫날 후반기 도정 운영의 방향을 밝히는 대신 안검하수 수술을 하고 닷새간의 여름 휴가를 가진 뒤 지난 9일 집무실에 복귀했다.

제주지역 기자들과는 두달여 만에 마주했다. 지난 5월 14일 코로나19 합동 브리핑에서 정부 재난지원금 사용처 확대 등을 정부에 건의한 이후 기자들이 질문을 건넬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5월말 타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고, 6월에는 바쁜 일정을 이유로 지역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한달 중 제주를 떠나 있는 날이 많아지면서 지역 내에서는 원 지사가 도정과 도민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원 지사는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듯 대권 도전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도민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하는 발언을 의식적으로 이어나갔다.

원 지사는 “취임하면서 도정에 전념하고 제주도에 당면한 현안과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저의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변함없이 유효하다”면서 “현재 국가의 위기, 정치의 위기가 우리 제주도정과도 전혀 관련 없다 할 수 없기에 어떤 역할을 해나갈 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도민 성원없이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한 정부나 정치권의 행보에 관한 발언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박근혜 탄핵 시기에 도지사들이 다 도정만 하고 있었느냐”며 “지사는 행정가이자 정치가”라고 답했다.

2022년 차기 대선의 일정을 맞추려면 지사직을 중도 사퇴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는 “대선 경선을 뛰면서 도지사 직을 사직한 사례는 없다”며 “중간에 지사직을 그만두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실상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겸한 이날 간담회에서 후반기 제주도정 운영이나 현안에 관한 구체적인 발언은 없었다.

원 지사는 “정부가 하겠다는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 등 기후변화에 대응한 녹색 성장과 비대면 산업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발전전략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며 “이는 제주가 선도적으로 추구해오던 제주의 미래비전 구상과 일치한다. 코로나19를 제주 도약의 계기로 삼도록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제주도의회와의 협치는 도정의 일관된 방침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음주운전 논란으로 제주도의회가 ‘부적격’ 의견을 낸 서귀포시장 임명 강행과 관련해서는 “일부 자리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하는 것은 제주도가 도민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 자진해서 받고 있는 것”이라며 “도의회가 조례 등 법적 근거없이 진행하는 사안에 대해 ‘적격’ ‘부적격’ 판단을 내리기 위한 취지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안검하수 수술과 관련해 “정치인은 사랑을 받아야 하니 사랑받을 수 있는 결과가 됐다면 나름 성공이라 본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해서는 “첫날 빈소에 다녀왔다”며 “오는 17일 전국 시도지사협의회가 있는데 협의회 차원에서 논의가 되거나 입장이 나오던가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