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행기 탔다, 목적지 런던” 홍콩 민주화인사 네이선 로 망명

입력 2020-07-14 11:41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인 네이선 로 전 데모시스토당 주석이 2017년 10월 24일 보석으로 석방된 뒤 지지자들과 찍은 사진. 네이선 로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을 떠났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을 피해 자국에서 자취를 감췄던 네이선 로(26·羅冠聰)가 영국 망명 사실을 밝혔다.

영국 BBC 방송은 13일(현지시간) 로가SNS에 “밤 비행기에 탑승했다. 내 목적지는 런던이다”라는 글을 올려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보도했다. SNS에 홍콩을 떠났다고 밝힌 지 10일 만에 목적지를 공개한 것이다.

그는 목적지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위험을 줄이려 내 행방에 저자세를 취했다”며 “내가 떠나기 전 심사숙고할 기회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머무는 작은 아파트에서 여러 기자와 대화했다”고 덧붙였다.

로는 “내가 항상 전하려고 한 메시지는 하나다. 홍콩인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균열되지 않았다. 반대로 우리는 다음의 힘든 투쟁을 마주할 준비가 잘됐다”고 강조했다.
영국행을 밝힌 네이선 로. 트위터 캡처

로는 조슈와 웡 등과 함께 2014년 ‘우산혁명’을 이끌었다. 우산혁명은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하고 벌인 민주화 시위로, 로는 2016년 홍콩 입법회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홍콩 기본법에 부합하는 의원선거를 하지 않아 의원 자격을 상실했다. 최근 홍콩보안법 통과 이후 자신이 중국 당국에 체포될지 모른다고 말해왔다.

앞서 지난 1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 화상으로 출석한 로는 “체포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홍콩으로 돌아가는 것이 걱정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그는 SNS에 “다음 시위 또는 다음 청문회 참석이 구금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면 어떻게 장기적 관점을 가질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로를 포함한 민주화 인사 54명의 이름이 담긴 ‘체포 블랙리스트’가 나돌았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