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판매 부진 때문에 삼성에 1조원 지급하는 이유

입력 2020-07-14 10:59

애플이 삼성전자에 약 1조원 가량을 물어주게 됐다.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1 프로와 아이폰11프로 맥스의 판매량이 예상보다 저조하면서 삼성전자와 맺은 ‘계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IT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디스플레이 서플라이 체인 컨설턴트(DSCC)를 인용해 애플이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삼성전자에 9억5000만 달러(약 1조1450억원)을 지불하게 됐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하면서 영업이익에 ‘디스플레이 부문 관련 일회성 수익이 있다’고 발표했다. 당초 이 금액은 7억45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으나, DSCC는 이보다 많은 금액 9억5000만 달러라고 주장했다.

아이폰이 안 팔렸는데 왜 애플이 삼성전자에 돈을 지불할까. 이유는 아이폰11 프로와 아이폰11 프로 맥스에 탑재된 OLED 디스플레이를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자회사다.

정확한 수량은 파악되지 않지만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 디스플레이를 발주하면서 일정 수량 이상을 사겠다고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이폰11 프로 판매가 부진하면서 애플이 계약된 물량을 채우지 못했고, 위약금이 발생한 것이다.

애플은 2019년에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다. 올해처럼 OLED 디스플레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탓이다. 당시에는 현금으로 위약금을 지불하지 않고, 위약금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추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는 “올해도 같은 식으로 처리할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일반적인 원청-하청 업계 관계라면 위약금이 발생하더라도 추후 계약 관계 등을 고려해 위약금을 실제로 받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한 번 보고 말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과 삼성전자의 관계는 다르다.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독보적인 1위다. 애플에 아이폰용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업체 역시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 말곤 OLED 디스플레이를 받을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위약금을 고스란히 물어줄 수밖에 없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올해 출시된 아이폰12에 LG디스플레이, BOE 등 다른 업체 제품을 사용하려고 타진했다. 하지만 BOE는 애플의 품질 기준에 미달해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납품하는데 물량이 많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올해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12, 아이폰12 맥스, 아이폰12 프로, 아이폰12 프로 맥스 등 4종류의 아이폰에 모두 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